"이제 이것도 못 먹어요?"
투석을 시작한 집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다. 병원에서 받은 안내문에는 칼륨과 인, 나트륨, 물을 줄이라는 말이 줄지어 있고, 그 옆에 적힌 음식은 대개 날마다 먹던 것들이다. 봄나물도, 수박도, 김치도, 삼계탕도 이제 상에서 빼야 할까.
이 책의 답은 "양을 재고 손질을 정하면 다시 밥상에 오른다"이다. 냉이는 굵은 뿌리를 갈라 끓는 물에 데치고, 데친 물은 버리고, 한 끼에 50g으로 정한다. 그러면 투석하는 사람의 봄 밥상에도 냉이가 오른다. 삼계탕은 닭다리를 두 번 삶아 국물은 두세 숟가락만 곁들이고, 김장 김치는 완성 염도 1.3% 이하로 담근다. 정말 상에서 빼야 할 것은 스타프루트, 채소즙, 약재 달인 물, 익히지 않은 굴, 염화칼륨이 든 저염 소금처럼 손에 꼽을 만큼이다. 나머지는 양과 손질로 해결한다.
지은이는 약선을 공부한 요리연구가다. 제철 재료를 제때 먹으라고 권해 왔다. 투석하는 사람의 식단을 부탁받고 식품성분표를 펴 보니, 늘 권하던 냉이와 미나리, 잡곡, 김치가 투석하는 사람에게는 먼저 양을 재야 하는 음식이었다. 지은이는 미국 신장재단의 영양 지침(KDOQI)과 질병관리청·대학병원의 식사 안내, 국가표준식품성분표, 채소를 데치거나 물에 담갔을 때 칼륨이 얼마나 빠지는지 잰 논문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그리고 그 숫자로 한국의 사계절 밥상을 새로 차렸다.
계절을 따라 차리는 투석 밥상
봄에는 나물의 칼륨과 흔들리는 입맛, 여름에는 물과 과일과 보양식, 가을에는 장과 김장의 나트륨과 잡곡의 인, 겨울에는 단백질과 명절 상을 다룬다. 계절마다 장을 보는 법과 손질하는 법, 레시피, 그 계절과 재료를 옛 의서가 어떻게 적었는지를 차례로 담았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나눠 적었다
혈액투석을 하는 사람은 투석과 투석 사이에 칼륨과 물이 몸에 쌓인다. 복막투석을 하는 사람은 날마다 투석액으로 칼륨이 빠져 오히려 모자라기도 하고, 투석액으로 단백질도 빠져나간다. 그래서 같은 반찬이라도 늘릴 곳과 줄일 곳이 다르다. 이 책은 레시피마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나눠 메모를 붙였다.
임상영양의 기준을 먼저, 약선은 그 안에서
한의학에서 콩팥(腎)을 돕는다고 전해 오는 검은콩에는 칼륨이, 굴에는 나트륨이 많다. 이 책은 칼륨과 인, 나트륨의 양을 정할 때 늘 임상영양의 기준을 먼저 따랐다. 약선은 그 기준 안에서 재료를 고르고 조리법을 정하는 데 썼다. 옛 문헌의 기록과 연구로 확인된 사실은 문장마다 나눠 적고, 자료의 출처는 장별 미주에 밝혔다.
이 책에 담은 것
계절별 15개 장과 레시피 34가지
레시피마다 1인분의 열량·단백질·칼륨·인·나트륨 어림값과 물·국물의 양
레시피마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나눠 적은 메모
냉장고 문에 붙여 두는 사계절 식재료 칼륨·인·나트륨 조견표
외식할 때 고르는 법, 급할 때 펴 보는 응급 상황 행동 요령과 연락 카드
곁에서 밥상을 차리는 보호자에게 쓴 글
계절·주재료·관리 항목으로 찾는 레시피 색인, 용어 풀이, 장별 미주
이런 분께 권한다
투석을 막 시작했거나 곧 시작하는 사람과 그 가족
날마다 투석하는 가족의 밥상을 차리는 보호자
요양·돌봄 현장에서 투석하는 사람의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
이 책의 수치는 일반적인 기준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준은 담당 의료진과 임상영양사가 정한다. 이 책은 결과지와 영양 상담에서 받은 기준을 부엌에서 쓸 수 있게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