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된 지 100여 년이 지난 20세기 초까지도 프랑스에서 금서로 취급되었던 사드의 책들에는 과연 무슨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일까?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풍기문란의 괴수로 비판받았던, 하지만 역사 속에서는 혁명가로 추앙되고 있는 사드 후작의 일대기가 18세기 프랑스의 정치·사회·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심도 있게 분석되는 이 책에서 그 비밀이 낱낱이 공개된다.
수많은 정부를 둔 외교관 아버지, 폭군의 노리갯감이 된 어머니 아래서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외동아들로서 아버지의 성적 괴벽이 쓰여진 일기를 보며 성장한 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 드 사드(1740. 6. 2~1814. 12. 2)는 아버지의 강압으로 이루어진 정략결혼 이후, 과도한 방탕과 예수 상에 대한 신성모독 행위로 수감되기에 이른다. 후에 가명으로 출간된 『쥐스틴』이나 『소돔 120일』 등은 모두 그가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감옥에서 탄생되었다.
불타오르는 프랑스 대혁명 기간 동안 무차별한 살인을 목격한 뒤 목적이 어떻든 누구에게나 폭력성이 잠재해 있음을 깨달은 사드는, 이후 공포정치 기간에는 반혁명자로 핍박받았고, 나폴레옹 시절에는 ‘불온한 서적’ 『쥐스틴』의 저자라는 이유로 결국 남은 생을 샤랑통 정신병원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동안 그가 올렸던 연극은 그를 비난했던 사람들에게까지도 각광을 받았다. 종교, 가족, 결혼, 근친상간, 존속살해, 분뇨취향, 식인취향, 학살 등을 통해 그가 탐구한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이었으며, “인간은 혼자이고, 악은 필연적으로 만연한다”라는 그의 결론은 현재에 더 설득력을 지닌다.
프랑스 혁명기 몰락귀족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데다 당대와 이후에 수많은 전기작가들에 의해 왜곡된 사드를 제대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서였고, 이후 자연주의자, 정신분석학자 등이 그에게 주목해 왔다. 이에 발맞춰 저자는 1부에서 사드의 일대기를, 2부에서는 사드가 영향을 미친 분야와 그 기록들을 차분히 천착해 나감으로써 귀족 도나시앵을 넘어 혁명가 사드를 재확인한다.
사드의 초상화부터 시작해 만 레이의 상상으로 재현된 사드 등 58컷의 도판과 함께 바타이유, 보들레르, 바르트 등의 사드 연구 저작들이 수록된 이 책은, 살아생전 신화가 되어버린 천재의 일생이 사디즘이라는 말 뒤편에서 사라져버린 후, 비난과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폭력과 성애에 집착한 사드의 면모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