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의 막바지에서, 역사의 경고를 되새기며
새벽녘 공기에서 제법 매서운 한기가 느껴집니다. 며칠째 콧물이 흘러내리고 머리가 핑 도는 어지러움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 감기 기운이라기보다는 환절기의 영향이자 그간 축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는 제8권을 출간한 뒤 제9권을 순차적으로 세상에 선보이려 했습니다. 그러나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는 말처럼, 거의 마무리에 다다른 이상 탄력이 붙었을 때 끝을 보자는 생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 결과 제9권과 제10권, 그리고 제11권까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어 한꺼번에 탈고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시리즈 전체를 완성하고 쓰는 이 서문은, 그래서 작가로서 감회가 더욱 남다릅니다.
젊은 날, 월탄 박종화 선생의 역사소설에 깊이 매료되어 "언젠가 나도 나만의 역사소설을 세상에 내놓으리라" 다짐했던 오랜 꿈이 떠오릅니다. 세상에 쟁쟁한 문학적 고수들과 역사학자들이 가득하기에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저어되기도 했지만, 마침내 하나의 완성된 대하 시리즈로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본 제9권의 흥미로운 지점은 금나라 최고 성군으로 꼽히는 장종(章宗)의 치세 동안 벌어지는 금과 고려 사이의 치열하고도 절묘한 외교적 밀당,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남송을 향한 금나라의 단호하고 엄격한 태도입니다.
또한 '태화남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가정화의를 이끌어낸 완안광의 죽음, 그리고 북방에서 부상하는 몽골의 위협을 방관하고 막아내지 못한 위소왕(衛紹王)의 무능함은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은 답답함과 울분을 자아낼 것입니다. 작가로서 아무리 미화하려 해도 위소왕은 제국의 운명을 짊어질 자질을 갖추지 못한 군주였음이 분명합니다. 금나라 세종과 장종으로 이어지며 '소요순(소형 요순시대)'이라 불리던 중국 역사상 보기 드문 평화의 시대가 존재했기에, 위소왕의 무능은 더욱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제국의 몰락을 촉발시킵니다.
막강했던 제국도 리더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무능으로 한순간에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이 역사적 사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매우 명확합니다. 나라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며, 국가의 방향을 결정짓고 최고 권력자를 선택하는 것 또한 오롯이 국민의 몫이라는 엄중한 교훈입니다.
이제 서문의 긴 잡담을 줄이고, 독자 여러분을 12세기 동아시아의 격동적인 본문 속으로 안내하고자 합니다.
2026년 10월 17일. 진영 Historium HistoryInsight Writer You(통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