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는 듯합니다. 언제나처럼 무언가를 시작하는 마음에는 봄이 오기 마련입니다. 처음이라는 설렘에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오래 바라던 사람과 마음을 나누며 세상이 온통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따스함 아래 돋아난 새싹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게 됩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마음이 뜨겁게 끓어오르기도 하고, 견뎌내기에 벅차 스스로를 식힐 틈조차 없는 날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껏 달아올랐던 공기는 서늘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식어가기도 합니다.
곁에 있는 사람이 멀어지기도 하고 익숙했던 일상이 낯설어져 이유 없이 쓸쓸하고 마음이 시리기도 합니다. 여리고 부드럽게 피어났던 새싹은 버석하게 말라비틀어지기도 합니다. 점점 더 차가운 공기를 맞아 마음이 얼어붙은 채 한 계절을 건너는 날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계절의 온도만큼이나 우리의 삶도 그와 닮아 있는 듯합니다.
이 책은 모두 다른 온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 모두 같은 온도일 수 없듯이 각자가 써 내려간 글의 온도 역시 그럴 것입니다. 누군가는 첫눈에 좋아하게 된 사람을 향한 설렘에 얼굴을 붉히고, 어리숙하지만 풋풋한 과거를 떠올리며 봄을 맞이합니다. 또 누군가는 뜨거운 태양 아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서거나, 수평선 너머에 닿으려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며 꿈에 불을 지피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껏 달아오르는 계절이 있는가하면, 누군가는 뜻하지 않은 오해와 냉대에 마음이 서늘해져 쓸쓸하고 처량한 낙엽이 되고, 누군가는 소중한 이와의 이별로 모든 온기를 잃은 듯 시리고 혹독한 겨울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겨울이 영원하지 않듯, 누군가는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얼어붙은 땅 아래 새로운 씨
앗을 틔우기도 합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을 상상할 때에도 우리가 살아온 시간이 묻어나고,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그려내면서도 우리가 사랑했던 어쩌면 미워했던 사람과 닮은 모습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이 글이 되어 목소리를 내고, 그 소리가 다시 살아갈 온기를 주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추운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다음 계절을 향해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래도록 차가운 시간을 견디다가도 단 한 번의 다짐으로 뜨겁게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그 온도 사이를 오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차갑게 꽁꽁 얼어붙었다가도 서서히 녹아 다시 뜨거워지면서 저마다
의 온도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서로 다른 온도의 나날들이 반복될테지만 그 시간 속에서 진심을 쏟아내며 끓어오르던 마음만큼은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그러니 또 다른 계절을 만나더라도 그것이 ‘나’를 이루고 있는 소중한 온도임을 기억할 수 있길 바랍니다.
-공동저자 中 이수빈, 쏘쏘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