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지은 사람보다 밥상을 먼저 만났다. 들에서 돌아온 총각은 누군가 마련해 둔 한 끼를 먹으며, 오래 비어 있던 집에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았음을 알았다. 「우렁이각시」의 인연은 얼굴을 마주하기도 전에 받은 돌봄에서 시작했다.
그 손길의 주인을 만난 뒤, 총각은 함께 살기를 청한다. 각시는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답한다. 밥상을 차려 준 정성은 반갑게 받았지만, 그 정성을 베푼 사람의 부탁까지 귀하게 들었는지는 다시 읽어야 할 대목이다.
박지윤은 이 짧은 응답 사이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살핀다. 누군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곁에 온 사람의 뜻을 존중하는 일, 내가 베푼 정성과 상대가 실제로 바랐던 돌봄을 친밀감의 관점에서 풀었다. 관원이 각시를 강제로 데려가는 결말에서는 관계 안의 잘못과 바깥에서 가해진 폭력의 책임도 구별했다.
파랑새와 참빗으로 남은 두 사람에게는 끝내 함께 보내지 못한 날들이 있다. 그 사연까지 읽고 나면 처음의 밥상에도 미처 듣지 못했던 말이 남는다. 독자는 부록 「설화를 덮고, 내 이야기를 쓰다」에서 고마웠던 돌봄과 전하지 못한 부탁을 직접 적을 수 있다. 정성을 주고받았던 기억 속에서, 그때 서로가 바라던 삶을 다시 헤아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