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8년의 시간 동안 고르고 골라 써두었던 작품들을 묶은 이번 소설집에서 그는 그간 우리 문단에서 살짝 실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 본연으로 돌아가 간만에 아주 재미난 읽을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이 책은 연작의 형식을 띄고 있다. 때문에 우연적인 사건의 먹이사슬이 촘촘하다. 강동의 어느 종합병원 내과의 4인용 병실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각기 다른 병을 앓는 네 명의 여자를 등장시키면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중풍에 들려 운신이 불가능한 ‘통나무 노파’,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제초제로 자살을 시도한 ‘제초제 여자’,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하나 남은 아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살아가는 ‘당뇨 여자’, 그리고 무병을 앓고 있는 ‘불명열 여자’. 이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필연성을 따라 병원에 입원했으나 이들은 이전에 한번은 스치고 간 인연들이다. 이런 인연들의 집합소인 병실은 새로운 인연의 출발점으로 기능하여 병실 바깥의 환자들의 가족과 친지들의 일상사를, 아주 다양하면서도 꼼꼼하게 그려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