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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야, 학교 가자
글쓴이
남은우 글
출판사
가문비어린이
출판일
2026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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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분야어린이
고래와 어깨동무하고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이 시집을 펼치는 순간,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며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십구점무당벌레가 불시착한 우주선이 되고, 살구나무는 꽃을 낳으려는 할머니가 되고, 대나무 숲은 커다란 옷장이 된다. 심심할 때 상상했을 법한 장난꾸러기 같은 생각이 살아 움직여서 시들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내가 장생포 아이라면/고래랑 어깨동무하고 학교 갈 거다

아침 여덟 시면/고래생태체험관이 쩌렁쩌렁 울리도록/고래를 부르고 있을 거다

“고래야, 학교 가자!”

엄마 장꽃분 씨/고개 내밀고 대답하겠지

“우리 장수 이 닦고 있으니 1분만 기다려줘.”

뻥― 뿡― 뻥― 뿡―/배들 뀌어대는 방귀 소리에 발맞춰 학교 가는 길

언덕배기 장생포초등학교/29명 아이들과 선생님들 다 나와 고장수 책가방 받고 있겠지

-〈고래야, 학교 가자〉 전문

이 동시를 읽고 있으면 머릿속이 유쾌해지면서 따뜻한 그림 한 편이 그려진다. 우리는 보통 산책할 때 강아지를 떠올리지만, 이 시에서는 엄청나게 커다란 고래와 어깨동무를 하고 학교에 간다는 이야기다. 고장수는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 사는 막내 고래이다.

고장수 엄마 장꽃분 씨가 “이 닦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말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고래가 멀리서 구경하는 동물이 아니라, 우리 옆집에 사는 다정한 이웃처럼 느껴진다. 선생님과 29명의 친구가 고장수 책가방을 받아주려고 마중도 나온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장생포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시이다.

하지만 이 시집이 진짜로 전하고 싶은 것은 세상의 외로운 곳에 머물러 있는 존재들과 따뜻하게 어울려 살고 싶은 마음이다.

할머니 소원이/ 자는 잠에 가는 거랬지?

응

우리가 소원 들어드릴까?

어떻게?

꼭 품어드리면 되지

그럼 애벌레네

맞아/할머니 키가 콩자루만큼 줄어든 것도/우리가 할머니를 품어야 할 이유일 것 같아

이렇게 말이지?
-〈배추들이 소곤소곤〉 전문

이 시는 밭에 자라나는 배추들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어르신들은 가끔 아프지 않고 잠자듯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그것을 아는 배추들이 “할머니 소원이 자는 잠에 가는 거랬지?”라며 돕고 싶어 한다.

돕는 방법은 품어드리는 것이다. 마치 배추가 초록 잎으로 애벌레를 감싸 안아 키우듯 말이다. “할머니 키가 콩자루만큼 줄어” 배추들은 충분히 안아드릴 수 있다.

“이렇게 말이지?”

배추들은 아마도 이 말을 하며 초록 잎을 동그랗게 모으는 시늉을 할 것이다. 어린이들이 밭에 동그랗게 뭉쳐 있는 배추들을 보면, 누군가를 안아주려고 준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할 것이다.

남은우 시인의 시들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지만, 잔잔한 감동과 인간애를 함께 이끌어낸다. 자연과 동물을 멀리 있는 구경거리가 아닌 다정한 이웃으로 불러들이는 친근함, 그리고 소외되고 작아진 존재들의 삶을 기꺼이 품어 안으려는 태도는 공존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수렴된다. 이 시집이 전하는 온기는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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