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를 다룬 책. 야수주의 시기를 거쳐, 20세기 전반 가장 화려하고 섬세한 색채 화가 중의 한명으로 꼽혔던 뒤피의 작품 세계가 풍부한 원색 도판과 함께 펼쳐진다. 사전의 형식을 빌어 소소한 뒷 이야기까지를 담은 다양한 항목과 작은 사이즈 덕분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예술서이다.
이 책의 항목들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뉜다. 우선 뒤피의 작품을 그가 다룬 주제별로 나눠 살펴보고, 시기에 다를 스타일을 구별하였다, 또 화가, 작가, 비평가 등 뒤피 옆에 모여들었던, 또는 그에게 영향을 주거나 그를 비판하였던 다양한 주변 인물과의 에피소드를 다루었고, 또 무시할 수 없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짚기 위하여, 예술적 경향과 회화적 관행, 그리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을 흐르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딱딱한 교과서 식으로 서술된 것이 아니라, 가나다 순으로 배열되어 좀더 입체적이고 흥미로운 독서를 가능하게 하였다. 예를 들어 이번 페이지에서는 뒤피의 대표작인 "깃발이 내걸린 거리"에 대한 설명을 읽고, 바로 옆에서는 "남부"라는 표제어 아래, 그가 이상향으로 보았던 프랑스 남부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식이다. 그리고 그 다음 장에는 그가 1935년부터 작업하였던 노르망디호 의 장식이 도판과 함께 실려있고...
사실 뒤피는 비판과 열광이 다소 분명하게 나눠지는 미술가이다. 너무 화려하다거나, 힘이 없다 하여 눈을 돌리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작품을 골고루 본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풍부한 도판들로 성급한 판단을 잠시 보류하고, 아름다운 색채와 독특한 필치가 주는 달콤함을 즐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