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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제례
글쓴이
허진석 저
출판사
글누림
출판일
2026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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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허진석

시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저서로 『농구 코트의 젊은 영웅들』(1994), 『타이프라이터의 죽음으로부터 불법적인 섹스까지』(1994), 『농구 코트의 젊은 영웅들 2』(1996), 『길거리 농구 핸드북』(1997), 『X-레이 필름 속의 어둠』(2001), 『스포츠 공화국의 탄생』(2010), 『스포츠 보도의 이론과 실제』(2011), 『그렇다, 우리는 호모 루덴스다』(2012), 『미디어를 요리하라』(2012·공저), 『아메리칸 바스켓볼』(2013), 『우리 아버지 시대의 마이클 조던, 득점기계 신동파』(2014), 『놀이인간』(2015), 『휴먼 피치』(2016), 『맘보 김인건』(2017),기자의 독서』(2018), 『옆구리에 대한 궁금증』(2018), 『한국 태권도연구사의 검토』(2019·공저), 『기자의 산책』(2019), 『아픈 곳이 모두 기억난다』(2019) 등이 있다.

책 소개

분야건강 취미
미디어를 이해하는데 있어 ‘인간의 생각, 정보, 감정을 시공간을 초월하여 전달하는 모든 매개체’라는 사전적 정의는 충분하지 않다. 미디어는 물질적 도구에서 사회와 국가의 제도, 건축물, 예술, 문화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극단적으로 정의한다면 인간 자체가 거대한 미디어의 발신자이면서 수신자이고, 이미지와 메시지 그 자체, 즉 미디어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미디어를 모양, 작동 방식에 따라 세분하면 대체로 다음의 결과에 이를 것이다.

첫째, 기록 및 물리적 도구. 인간의 생각과 정보를 물리적인 형태로 기록하고 저장하여 전달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직관적인 매개체다. 수첩, 연필, 종이, 책 등은 ‘쓰기’라는 인간의 행위를 직접 수용하여 전력이나 장치의 도움 없이 정보를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코덱스는 가장 좋은 사례다. 디지털 저장 매체인 CD, USB, 외장하드, 플로피디스크 등은 정보를 디지털 신호인 0과 1로 변환하여 칩이나 디스크에 담아낸다. 정보의 압축성과 이동성을 극대화한 미디어다.

둘째, 제도 및 언론 미디어. 이들은 사회적 제도로서 작동한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Mass)에게 일방향 또는 양방향으로 대규모 정보를 전파한다. 인쇄 매체인 신문이나 잡지는 문자를 기반으로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정보를 전달한다. 현대 민주주의의 여론 형성을 이끈 전통적 제도다. 방송 및 전파 매체인 텔레비전(TV)과 라디오는 시각과 청각에 호소하여 실시간으로 현장감과 정서적 몰입감을 준다. 현대 대중문화와 유행, 여론을 창출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셋째, 상징 및 공간 건축 미디어. 텍스트나 언어가 작동하는 영역이 아니다. 공간의 규모와 시각적 위용 등이 권력, 이념, 종교적 신념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산한다. 권력과 승리의 상징인 개선문과 각종 기념탑은 선명한 이미지로 인간의 감각을 지배한다. 에펠탑은 파리와 프랑스를 상징한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지배력, 역사적 승리, 기술적 진보 등을 시각화해 경외감을 자아내고 애국심을 고취한다. 성당과 경기장(콜로세움!)은 종교와 문화의 집결지로서 거대한 건축 공간 자체가 메시지다.

넷째, 네트워크 및 디지털 플랫폼 미디어.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현대의 핵심 미디어다. 이곳에서 시공간의 경계는 사라지고, 모든 사용자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된다. 소셜 미디어(SNS)인 인스타그램, X, 페이스북과 콘텐츠 플랫폼인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특징은 재래식 대중매체가 탈피하지 못한 일방향성을 깨고 쌍방향 소통과 개인화를 이루었다. 이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다섯째 , 신체 및 확장 미디어. 인간의 몸 자체,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기술 시스템을 미디어로 보는 관점이다. 인간의 언어, 몸짓, 옷차림 등은 가장 본연의 미디어다. 인간의 외모, 표정, 목소리, 발성의 방식과 태도 등은 사람의 정체성과 메시지를 대변한다.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웨어러블 기기 등 확장 기술은 인간의 인지와 감각 기관을 가상 세계나 기계 속으로 확장하여, 새로운 형태의 경험과 정보를 매개한다. 이 기술은 감성과 이성에 모두 호소하며 스포츠의 경우는 현장에 직결하여 인간의 활동을 수치화한 결과물로 집적된다.

이처럼 미디어는 종이와 화면에 포박된 우리의 인식 너머에 존재한다. 우리가 만지는 도구,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우리를 지배하는 제도 모두를 아우른다. 요컨대 인간 삶의 환경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의 대형 경기장은 콜로세움의 계승자다. 검투사 경기의 주최자 황제가 누린 권력과 영광은 스타디움에서 편집되어 독재자의 명분을 절대성으로 치환한다. 1936년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벌어진 일은 이후 올림픽 개막식마다 전통의 이름으로 반복되고 있다. 성화가 채화되는 올림포스의 신전, 성화 주자의 강건한 신체, 경기장을 밝히는 불꽃은 모두 강력한 미디어로서 대중의 의식과 감성에 호소한다. 레니 리펜슈탈은 일찍이 올림픽과 경기장과 참가자는 물론 관중석의 대중이 모두 미디어이며 메시지고 이미지임을 꿰뚫어 보았을 것이다.

이 책은 교과서 아니면 강의 자료가 될 것이다. 강의를 듣지 못한 학생도 이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자세히 주제를 제시하고 설명했다. 중요한 주제는 두세 번 반복해 머릿속에 남을 수 있게 설계했다. 그러니 주된 독자는 내가 매학기 만나는 사랑스러운 한국체대 학생들이다. 주제를 풀어내는 데 사용한 언어의 난이도가 높지 않도록 노력한 이유도 거기 있다. 그러나 학생이 아니어도 관심과 필요를 느끼는 누구나 읽고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의 함량은 지켜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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