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줄기에서 꺾여야만
비로소 세상 밖으로 던져지고,
자신만의 흐름이 생겨난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또 관계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간다. 권분자의 소설에는 가족과 부부,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오래 참고 견디며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붙잡고, 누군가는 침묵을 배려라 여기며 스스로를 억누른다. 그러나 한쪽으로 오래 기울어진 관계는 결국 삶 전체를 흔든다.
『바람의 항변』은 바로 그 흔들림의 순간을 바라본다. 작가는 바람과 나무, 탁구공과 꽃잎, 여우와 프레임 같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미지에 인물들의 상처와 욕망을 겹쳐 놓는다.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로는 기이한 이야기 끝에서 인물들은 타인의 시선과 오래된 굴레를 벗어나 조금씩 자기 삶의 중심을 찾아간다.
이 소설집에서 ‘항변’은 누군가를 향한 원망에 머물지 않는다. 더는 자신을 잃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흔들리면서도 끝내 제 발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바람이자 목소리다.
?이영철(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