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는 테헤란로라는 길이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그 길을 지나가지만, 그 이름이 이란의 수도에서 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1977년 서울과 테헤란이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서로의 도시에 상대 도시의 이름을 붙인 길을 만들었고, 그렇게 생겨난 이름이 반세기 가까이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테헤란에도 서울이라는 이름을 단 거리가 있습니다. 한때 두 나라는 그 정도로 서로를 가깝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란이라는 이름을 듣는 곳은 대부분 뉴스의 국제면입니다. 핵 개발, 경제 제재, 무장단체, 미사일, 해협 봉쇄 같은 단어가 늘 그 곁에 붙어 다닙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이란은 어느새 '문제를 일으키는 나라'라는 한 줄짜리 설명으로 정리되어 버렸습니다. 반대편 극단도 있습니다. 찬란한 페르시아 문명, 강대국의 희생양, 억울한 민족이라는 또 다른 한 줄짜리 설명입니다. 두 설명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둘 다 너무 단순하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그 단순함을 의심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란은 세계 최상위권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품은 나라이면서도 국민의 삶은 오랫동안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2,500년이 넘는 문명의 기억을 가진 민족이면서도 지난 반세기 가까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채 살아왔습니다. 대학 교육을 받은 젊은이와 여성이 적지 않은 사회이면서도 정치 권력은 소수의 종교 지도자와 군사 조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모순들은 어느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흔히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쓰입니다. 땅속에서 쉽게 돈이 나오는 나라는 국민에게 세금을 걷을 필요가 줄어들고, 세금을 걷지 않는 정부는 국민의 눈치를 덜 보게 되며, 그 결과 권력이 부패하고 산업이 한쪽으로 쏠린다는 설명입니다. 이란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입니다. 하지만 같은 석유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길을 걸은 나라들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원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습니다. 강대국 사이에 낀 지리적 위치, 외세 개입의 기억, 종교와 정치가 얽힌 독특한 권력 구조,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내려진 지도자들의 선택이 함께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직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구를 악당으로 세우지 않으려 합니다. 영국과 미국의 석유 이권 다툼도, 팔레비 왕조의 화려한 겉모습과 그 그늘도, 1979년 혁명이 내건 약속과 그 뒤의 현실도, 오늘날 이란 정권이 국경 밖에서 벌이는 일들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놓고 살펴보려 합니다. 동시에 정권과 국민을 구분해서 보려 합니다. 한 나라의 정부가 하는 일과 그 나라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건너에서 사 오는 나라이고, 그중 상당 부분이 페르시아만을 거쳐 들어옵니다. 이란 주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 파장은 주유소 가격표와 환율, 장바구니 물가를 거쳐 결국 우리의 생활비에 닿습니다. 이란을 정확하게 아는 일은 교양이기 이전에 생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책장을 덮을 때쯤 독자 여러분이 이란에 대해 하나의 정답을 얻기보다는, 뉴스 속 짧은 한 줄을 보며 "정말 그것뿐일까" 하고 한 번 더 질문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이란을 오해했다면, 그 오해를 푸는 일은 어쩌면 세상을 보는 우리 자신의 눈을 다시 닦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한국은 쓰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