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편히 쉬세요." 평생 일해 온 사람에게 건네는 다정한 인사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바로 그 말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쉬는 것과 멈추는 것은 다르고, 쉬는 데에도 설계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78세, 아직도 설계 중입니다』는 일흔여덟의 저자가 쉰 살에 처음 펼친 인생 설계도를 스물여덟 해 동안 고쳐 그려 온 방법을 순서대로 담은 실천서다. 기계공학과를 나와 사우디아라비아 사막 현장에서 십 년, 만도에서 십 년 동안 '남의 도면'을 그렸던 저자는 마흔아홉에 IMF로 회사를 나왔고, 일흔둘에 열네 해 잡은 택시 운전대를 내려놓았다. 같은 은퇴였지만 첫 번째는 막막했고 두 번째는 출발이었다. 저자는 그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첫 번째 은퇴 때는 설계도 종이가 없었고, 두 번째 은퇴 때는 종이가 있었다고.
이 책은 그 종이 한 장을 채우는 법을 다섯 단계로 안내한다. 남은 시간을 기분이 아니라 숫자로 적는 '진단', 영적·가정·건강·재정·지성·사회 여섯 칸을 채점해 가장 낮은 칸에서 출발하는 '설계', 목표를 하루 세 가지와 스물한 날의 표로 쪼개는 '실행',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내 이름의 책을 만드는 '남기기', 생활의 바닥을 다지고 새 일을 이어 가는 '이어가기'까지. 각 꼭지 끝에는 '오늘 해보실 것'이 붙어 있어, 실습 스물여섯 개와 잘라 쓰는 양식 열두 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설계도 한 장이 완성된다. 저자의 말대로 읽는 책이 아니라 쓰는 책이다.
이 책의 설득력은 저자가 지금도 그 설계도대로 살고 있다는 데서 나온다. 그는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자마자 여든다섯이 되는 2033년을 떠올렸고, 그해까지 하기로 정해 둔 일을 다시 꺼내 보았다. 은퇴를 앞두고 막막한 사람, 은퇴 뒤 하루가 길어진 사람, 부모님께 무엇을 권해 드려야 할지 고민하는 자녀에게 이 책은 거창한 인생 계획 대신 오늘 저녁 할 일 하나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