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트러블』에서 『비폭력의 힘』까지
세계와 씨름하며 변화해 온 주디스 버틀러의 사유를 읽다
주디스 버틀러는 흔히 『젠더 트러블』과 ‘젠더 수행성’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사유는 젠더에 머물지 않았다. 인종과 타자, 보편성, 전쟁과 폭력, 신자유주의와 프레카리티, 박탈된 몸들의 연대와 비폭력에 이르기까지 버틀러는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의 변화와 끊임없이 씨름하며 질문을 바꾸고 사유를 확장해 왔다. 『주디스 버틀러의 세계』는 『젠더 트러블』에서 『비폭력의 힘』까지, 30여 년에 걸친 버틀러의 사유를 그가 마주한 시대와 함께 읽는다. 버틀러가 무엇을 주장했는가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때 그런 질문을 던져야 했는지, 세계의 변화가 그의 철학을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다.
저자에게 버틀러를 읽는 일은 ‘낯선 세계로부터 받은 초대’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이 믿어 온 가치관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버틀러의 텍스트를 직접 읽으며 조금씩 다른 질문으로 바뀌었다. 나의 세계만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나와 다른 타자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한 번역을 멈추지 않는 것, 함께 살아갈 사람을 선택할 수 없는 세계에서 서로 다른 존재들과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 그런 점에서 『주디스 버틀러의 세계』는 버틀러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찬성과 반대에 앞서 한 철학자가 바라본 세계 속으로 들어가, 그의 사유가 변화해 온 길을 따라가 보는 책이다. 그 길의 끝에서 독자는 다시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