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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 일곱 족속이 멸망한 진실
글쓴이
김경권 저
출판사
BOOKK(부크크)
출판일
2026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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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분야청소년
머리말
이 책을 펴내며
성서를 오래 읽어 온 사람이라도 여호수아서 앞에서는 걸음이 느려진다. 여리고의 무너진 성벽과 그 뒤에 이어지는 진멸의 기록은,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을 말하는 그 책의 다른 부분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신앙인은 그 대목을 조용히 건너뛰고, 비판자는 바로 그 대목을 들어 성서 전체를 고발한다.
이 책은 건너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비판자의 고발도 피하지 않기로 했다. 가나안 일곱 족속은 왜 멸망했는가. 그들은 정말로 멸망을 받아 마땅했는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붙들고, 성서가 이 일에 대해 하는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 길은 노아의 장막에서 시작된다. 성서는 가나안의 심판을 여호수아서에서 갑자기 꺼내 놓지 않는다. 그 설명은 창세기의 홍수 이야기 직후부터 시작되어,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과 시내산의 율법을 지나, 여호수아와 사사기에서 집행되고, 마침내 열왕기와 예언서에서 이스라엘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이 긴 흐름을 끊지 않고 읽을 때, 가나안의 심판은 한순간의 분노가 아니라 수백 년에 걸친 기다림 끝에 내려진 판결로 드러난다.
이 책은 그 판결문을 세 가지 증언으로 읽는다. 첫째는 성서의 증언이다. 하느님께서 무엇을 고발하셨고, 왜 그토록 오래 기다리셨으며, 왜 자기 백성에게 "네 의로움 때문이 아니다"라고 거듭 못 박으셨는지를 살핀다. 둘째는 역사의 증언이다. 가나안 사람들이 직접 남긴 점토판과 비석, 그리고 그 후예들에 대해 고대의 역사가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성서의 고발이 꾸며낸 선전이 아니었음을 확인한다. 셋째는 양심의 증언이다. 하느님께서 사람의 마음에 새겨 두신 옳고 그름의 감각 앞에 가나안의 죄목 하나하나를 세워 본다.
이 책에 인용된 성서 구절은 모두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원문을 직접 우리말로 옮긴 사역(私譯)이다. 기존 번역본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원문의 뜻을 가능한 한 살리면서 읽기 쉬운 우리말로 새로 옮겼다. 고대 문서의 내용도 기존 번역문을 옮기는 대신 그 뜻을 풀어서 전했다.
이 책을 쓰면서 가장 경계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하느님의 심판을 가볍게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심판을 인간의 손에 쥐여 주는 것이다. 가나안의 심판은 무겁다. 이 책은 그 무게를 덜어 내려 하지 않았다. 다만 그 무게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밝히려 했다. 그리고 가나안의 심판은 반복될 수 없는 판결이었다. 역사 속에서 이 이야기를 빌려 다른 민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한 자들이 있었다. 이 책은 그들을 분명하게 고발한다. 하느님의 판결을 바르게 이해하는 사람은, 바로 그 이해 때문에, 어떤 인간도 그 판결을 스스로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가나안은 먼 옛날의 한 민족이기 전에 하나의 거울이다. 그 거울 속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바칠 수 있는 인간의 마음이 비친다. 이스라엘은 가나안 사람들을 그 땅에서 쫓아냈지만, 가나안의 길은 쫓아내지 못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그 거울 앞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자기 얼굴을 먼저 보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판결문 한가운데에 매여 있는 붉은 줄 하나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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