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인 줄 알면서도 속아주는 마음에 대하여.
이 책은 순애의 기준을 일부러 아득히 높게 걸어 둔 채, 그 기준이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도 내리지 않는 단독자의 선언문이다. 현실의 관계도, 이야기 속의 사랑도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함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가짜임을 훤히 아는 장면 앞에 기꺼이 서는 태도를 ‘자각적 허무주의’라 이름 붙였다.
니체의 허무주의와 시지프스의 산비탈을 경유하며, 증명할 수 없는 것은 증명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모순을 도려내지 않은 채 자신의 선택을 기록한다. 설득하거나 권유하지 않는다. 다만 비슷한 자리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하나의 이름을 남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