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뒤섞이며 관계와 변화와 생겨나는 곳
동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장미 미용실’ 이야기
동네 미용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 그래픽노블『장미 미용실로 오세요』가 출간되었다. 주인공인 미용사 장미영 원장은 “얼음물같이 생겼지만 알고 보면 숭늉” 같은 인물이다. 따분한 삶에서 구불구불한 삶으로 변화를 꾀하러 온 구미로, 반찬 보따리를 들고 와 속내를 털어놓는 안순정, 놀이터 그네에서 미용실로 들어와 보조 미용사가 된 한아름, 동네 민원 발생기 주동희가 차례로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든 갈등이 봉합되지는 않는 불완전한 관계까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점이 돋보인다.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으로 장을 나눈 구성 덕분에 각자의 사연이 또렷하게 남고, 수다 같은 대사 속에 삶의 무게를 슬쩍 얹는 솜씨가 읽는 내내 웃음과 먹먹함을 오가게 한다. 거창한 위로 대신 밥 한 끼와 머리 한 번의 손길로 건네는 다정함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오디 작가는 인물 사이의 관계를 단순한 연민이 아닌 깊은 이해로 끌어올렸다. 미용실은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얼결에 내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곳이다. 미영 자신이 오래 품어 온 사연도 서서히 드러난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국 자신을 향해 나와의 화해로 이어진다.
차정윤 작가의 그림은 그래픽노블 특유의 섬세한 연출을 한껏 살렸다. 미용 도구, 시술 차트 바인더, 예약 칠판, 계절 따라 드나드는 화분 같은 소품마다 일하는 사람의 시간이 담겨져 있다. 섬세한 표정은 말보다 먼저 감정을 전하며 독자들을 어느새 동네 미용실의 한 구석으로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