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새겨진 시간에서 바다에 깃든 기억으로, 일상의 돌봄에서 무한한 우주의 질서로.
이채율 시인의 『세이킬로스 비문』은 구체적인 삶의 풍경과 철학적 상상력을 넘나들며 인간 존재의 깊이를 탐색하는 시집이다. 늙음과 상실, 망각과 고독을 응시하면서도 시인은 그 너머에 남는 사랑의 온기를 길어 올린다. 죽음을 새긴 오래된 비문에서 삶의 노래를 발견하듯, 모든 것이 사라지는 시간 속에서도 끝내 이어지는 돌봄과 사랑을 노래한다. 상실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가 담긴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