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거부를 새로운 가능성의 여지로 해석
최근 동아시아 청년들은 이전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기성세대와 사회에 대응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 청년들의 무대응 전략으로서 할많하않, 거부와 자괴를 표현하기 위해 발명한 다양한 언어들(이생망, 잉여짓 등), 아예 잠수를 타거나 은둔해버리는 일 등이 그렇다. 잠수 타기는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나 소토코모리(집 밖으로 나가서 아예 돌아오지 않음)와 연결된다. 일본 청년들의 자포자기 전략으로서 달관(사토리さとり)은 한국의 이생망이나, 중국의 바이란(??, 이미 망했으니 완전히 망가지겠다.) 또는 과비(?逼, 이미 망한 인생)와 비슷하다. 심지어 중국 청년들은 백지 들고 시위하거나 드러눕기(탕핑 蕩平)도 한다.
청년들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기성세대는 흔히 불온하다거나, 낙인을 찍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대응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청년의 이런 반응은 사회적 억압에 대응하는 일종의 방어기제이자 자기보존 전략이다. 자기보존을 위한 방어기제는 무의식적 차원과 의식적 차원을 아우른다. 자신의 거부 의사를 백지로 표현하는 중국 청년들의 아이러니한 대응은 청년 세대의 거부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부의 전략이 이렇게 아이러니하고 복잡해진다는 것은 거부를 표현하게 만드는 사회적 맥락 자체가 매우 교활하고 정교한 억압 기제임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이런 의문에 입각하여 이 책은 동아시아 청년 세대가 보여주는 새로운 반응 양식을 비가능성의 전략 또는 무위의 힘으로 긍정하고 있다. 청년 세대의 반응을 긍정하면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면, 우리 사회는 전혀 다른 사회로 드러난다. 저자는 이런 방식의 인식론을 임계의 인식론과 임계의 의미론으로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임계의 공공성이라는 개념을 고안하여 기존 공공성을 위협하는 긴장을 자아낸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이 『하지 않으려는 청년들: 청년 철학을 위하여』로 정해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