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의 트로피입니다』는 방앗간에서 고추를 빻고 기름을 짜며 손가락 관절이 모두 비틀어질 때까지 일한 할머니의 품에서 자란 아이가, 어느덧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어 가정의 방향타를 잡기까지의 시간을 담았습니다. 이제는 약사이자 작가, 남편이자 아빠, 아들이자 손자로 살아가는 한 중년이 되어 써 내려간 가족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ChatGPT가 0.01%라고 계산해 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고백합니다. 자신은 혼자 여기까지 온 사람이 아니라, 연속해서 만난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사람이라고 전합니다.
이 책에서 '트로피'는 화려한 성취의 증표가 아닙니다. 세상의 박수를 받는 트로피가 되기보다, 가족이라는 트로피가 놓일 가장 단단하고 따뜻한 받침대가 되기로 한 사람의 사랑입니다. 자신을 가족 안에 온전히 귀속시켜 아픈 아들과 그 아들의 아들까지 끝까지 품었던 할머니처럼 말입니다.
책은 다섯 개의 장으로 이어집니다. 1장은 가난했지만 사랑받았던 유년과, 치매로 손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습니다. 2장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 보낸 마지막 1년,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 화해의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3장은 낯선 땅 원주에서 외로웠던 아내와, 이제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4장 '아빠도 처음이라'에는 서툴러서 더 진심인 육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5장에서는 약국 카운터에서 만난 손님들의 사연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묻습니다.
저자는 밥에 물을 말아 먹던 기억, 끝내 사주지 못한 자두 두 개와 출근길에 들고 뛴 아이의 실내화 가방 같은 구체적인 사랑이 담긴 순간들을 책에 담았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사랑받지 못했다고 믿어 온 사람도 사랑을 건네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오늘도 가족을 위해 일터로 향하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한때 누군가의 트로피였던 모든 이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