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열한번째 이야기!
시인 최지은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11월의, 11월에 의한, 11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11월 11일 11시 11분
검은 개처럼 기뻐하고
흰 개처럼 잠들고
고양이처럼 걷는 겨울이기를
2026년의 열한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11월의 책은 2017년 창비신인시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최지은의 두번째 산문집 『가을이 말해요』이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다만, 알고 싶은 마음으로”(『우리의 여름에게』, 창비, 2024) 시를 써온 시인은 봄과 여름을 통과한 뒤 가을의 책에 도착하여, 매일매일의 시와 산문으로 11월 한 달을 빼곡히 엮어냈다. 시인은 완전한 새로움, 온전히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익숙해지고 싶다. 죽음 전후를 나누는 익숙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러나 급할 것이 없다.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을 잠깐 응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 쉼없이 걸어왔다는 생각. 단 하루도 빠짐없이, 십일 년의 아침이 내 가슴 위를 지나간 무게를 생각하는 생각. 아버지가 떠난 지 올해로 십일 년을 넘어서고 있고, 그 세월에는 나날이 완전한 새로움이 있다. 아침. 상쾌함. 새로움. 온전한 처음. 완전히 새로운 햇빛. 지나치게 여전히 낯선 모습이다. 오늘 기상은 새벽 네시 삼십이분. 아침이라는 존재에 깊게 빠져본 적 없다는 깨달음이었다(「여름 새벽의 탄젠트」). 넘어서고 싶은 영토가 많았던 때, 많은 것을 꿈꾸었던 시절을 기억한다.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도 많았던 반짝이던 나날이 있었다. 지금의 나는 무얼 어떻게 욕망하고 있을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6일 산문). 시인은, 여전히 사랑을 하고 싶다고,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욕구, 사랑을 버릴 수 없는 욕망에 대해 떠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주인은 오직 사랑이기에. 사랑의 주인인 사랑의 분부를 받아, 자세를 낮추고 다시 낮추기. 그러면서 또다른 나, 또다른 너, 또다른 세계를 조금씩 닮은 시 속의 인물로부터 ‘나’를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속속들이 사랑받는 너와」).
시를 욕망하고 있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시 속에서라면 시인은 유리문을 투명하게 통과할 수도 있고, 만지지 않고도 만진 것과 같이 충분히 사랑할 수도 있다. 내 것이 아니어도 조금의 결손이 없는. 따뜻하고 동시에 차가운. 거기 그리고 여기가 하나로 얽히는 접촉도 시에서는 가능해진다(「사라지는 것, 사라지는 것」). 아무 일 없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달려가고 몇 초 이후의 시간에 내가 닿아 있음을 기록하는 일. 마주했고 떠올렸고 생각했고 그리웠고 그다음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나의 사랑을 생각하는 일. 그런 일들이 시인에겐 시로 치환된다. 시인은 도서관의 시집 코너 앞에 서서 나란히 꽂혀 있는 시집의 제목들을 연이어 읽곤 했다. 꼭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제목을 붙이듯, 며칠 뒤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끼어들어 있고 또 며칠 뒤에는 사라진 이야기가 있는 책장 앞에서. 시집을 읽지 않아도 시를 사랑하는 그 시간이 좋았다. 쉼 같고 숨 같았다. 어리둥절하게 어느 날 시인이 되고 난 뒤, 사랑하는 시인을 직접 볼 기회가 생길 때마다 그는 혼자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불쑥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11일 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