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회복의 순서가 달랐을 뿐입니다.”
“좋은 말을 알아도,
왜 내 마음은 달라지지 않을까.”
안다는 것과 안심한다는 것,
사이를 들여다보다.
‘쉬어도 된다는데, 왜 쉬면 불안할까?’, ‘거절해도 된다는데, 왜 입이 떨어지지 않을까?’ 좋은 말을 몰라서 힘든 것은 아니다. 거울에 ‘나는 있는 그대로 충분한 사람이다’를 붙여두고 매일 읽어도 믿어지지 않는다.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파에 누워 내일 할 일을 계산한다. 아는 대로 되지 않는 자신이 답답하고, 그럴수록 나를 더 다그치게 된다.
매일 아침 같은 다리 앞에서 핸들을 돌려 이십 분을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 다리가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그 앎만으로 몸의 두려움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저자는 이 간극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 비유한다. 좋은 가전제품을 들여놓아도 전기가 연결되지 않으면 켜지지 않는다. 먼저 전기가 들어와야 한다. 그렇다면 좋은 말이 내 안에서 힘을 발휘하려면 무엇이 먼저 필요할까. 『좋은 말에 지쳤습니다』는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십오 년 동안 방송작가로 사람의 이야기를 쓴 저자 역시 정작 자기 몸이 보내는 신호는 자주 놓쳤다. 벚꽃이 핀 봄날, 겨울 파카를 입고 걸으면서도 더운 줄 몰랐다. 상담자가 된 뒤에는 “머리가 세게 나오면 몸이 쏙 들어가요.”라는 내담자의 말을 들으며, 이해와 설득만으로 달라지지 않는 몸의 반응을 마주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쓰던 방송작가가 자신과 내담자의 몸에 남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까지, 책에는 저자의 개인적인 여정과 상담실에서 길어 올린 질문들이 함께 담겨 있다.
6부 30꼭지는 몸의 감각에서 출발해 감정과 필요를 이해하고, 관계와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며, 다시 언어로 돌아오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각 부 끝의 ‘돌아오는 연습’과 관계 점검 체크리스트, 두 편의 부록은 읽다가 멈춰 자신의 경험을 살펴보도록 돕는다. 좋은 말을 알아도 달라지지 않았던 독자에게, 그동안의 애씀이 닿지 못했던 자리를 들여다보자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