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엄마 곁에서, 몸보다 마음이 먼저 자라 버린 아이가 있다.
열두 살 정원이는 비 오는 새벽이면 자는 척을 한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엄마가 걱정하지 않도록. 이웃 할머니들 앞에서는 일부러 너스레를 떨고, 고장 난 리모컨쯤은 척척 고쳐 내는 ‘마을 맥가이버’다. 어른들은 그런 정원이를 야무지다, 어른스럽다 칭찬한다.
하지만 그 어른스러움이, 사실은 견디기 위한 방법이었다면? 시내버스도 들어오지 못하는 산골, 다섯 가구만 남은 참새미골. 지구 반대편에서 돌아온 데이지 고모와 마을 어른들이 정원이를 다시 아이로 돌려놓기 시작한다. 엄마가 사라질까 봐 울음을 삼켜 온 아이에게 마침내 누군가 말해 준다.
참지 말고 울어도 된다고. 온 마을이 한 아이를 돌보고, 한 아이가 온 마을을 물들이는 따뜻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