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다운 밥을 먹었다는 감각집밥이라는 실천적 하루하루
새삼스럽지만 집밥은 ‘집’과 ‘밥’을 합친 단어다. 집에서 해 먹는 밥. 이렇게 단순한 뜻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는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이 대단한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바쁘고, 도시에 살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집 밖에 있으며, 집에 돌아오면 항상 피곤한 사람들”이 바로 현대인 아닌가.
저자 변연경은 대부분의 일을 집에서 처리할 수 있고 부산스러운 바깥보다 집을 좋아하다 보니 집밥과 밥 먹기, 밥 차리기를 수월하게 이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논문을 쓰느라 밥을 해 먹을 시간이 없어서 한동안 레토르트 식품으로 식단을 꾸린 적이 있었다.
“매일매일 아침에는 빵을 먹고 앉아서 논문을 쓰고, 점심에 레토르트와 밥을 데워 먹고 다시 앉아서 논문을 쓰고, 저녁에 다른 레토르트를 밥과 데워 먹고 또 앉아서 논문을 쓰는 생활을 계속했다. 메뉴는 다양하고 음식은 따뜻했으며 배도 불렀다. 하지만 이 생활이 한동안 지속되자 이상하게 마음이 서글펐다. 누가 나를 구박해서 밥을 제대로 못 먹은 것도 아닌데 마음이 궁핍하고 속이 헛헛했다.” (8면)
저자가 쓰고 있는 논문은 다름 아닌 ‘맛-음식 경험의 현상학’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이런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는데 “왜 내가 먹는 음식이 이 모양인가” 궁시렁거린다. 그리고 그동안 집밥의 번거로움과 수고스러움에 격하게 몸부림칠 때도 많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집밥을 먹었을 때 비로소 밥다운 밥을 먹었다는 감각이 가능했다. 저자는 철학인스럽게 인간이 먹이-세계도 아니고 사료-세계도 아닌, 바로 음식-세계에 거주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집밥의 면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아무튼, 집밥』에는 이제껏 만들고 먹었던 집밥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너무너무 밥하기 싫은 날’에 대해 나눈 대화들, 야망을 품고 도전한 음식들, 무엇보다 부엌에서 종종거리며 음식을 만들어낸 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자신에게 쌓인 끼니와 남다르게 간직하고 있었던 속엣말 그리고 그 덕분에 가능했던 나날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