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 노비도, 장군도 여공도 같은 크기의 목소리로 말하는 한국사가 있다.
교과서 속 한국사는 사건과 연도로 기억된다. 그런데 그 시간을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은 무슨 말을 남겼을까. 유배지에서 쓴 편지, 만주 벌판의 결의, 공장 다락방의 호소, 법정에 선 청년의 마지막 진술. 이천 년 동안 이 땅에서 쓰인 삼백예순다섯 개의 문장이 한 권에 나란히 앉았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첫 문장에서 시작해, 여자도 사람이외다라고 외친 나혜석을 지나, 안중근의 최후 진술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남긴 사람과 남기지 못한 사람의 문장이 같은 무게로 놓여 있다. 달에게 멀리 비추어 달라고 청한 백제 여인의 노래 옆에 세종의 문장이 있다.
하루 한 문장이면 된다.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우리가 어떤 사람들의 후손인지, 조금씩 가슴으로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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