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4년 봄, 한양의 국문장에서 한 군관이 이렇게 진술했다. "그 유생이 뽑은 것은 자미두수였는데, 현재 저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습니다." 4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같은 열두 칸이 휴대폰 화면에 뜬다. 앱에 생년월일시를 넣으면 명반이 그려진다. 판을 펴는 일은 기계가 대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판을 읽는 법은 앱이 가르쳐 주지 않는다.
앱 화면을 처음 열면 열두 칸에 낯선 별 이름이 빽빽하다. 자미, 천기, 태양, 무곡, 천동, 염정, 천부, 태음, 탐랑, 거문, 천상, 천량, 칠살, 파군. 방의 주인 노릇을 하는 주성만 열네 개다. 별마다 뜻이 따로 있다고 하니 하나씩 외우고 싶어지고, 외우다 지쳐 화면을 닫아 버리기 쉽다. 해석 문장을 몇 줄 읽어도 그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알기 어렵다.
『처음 읽는 자미두수』는 별 이름을 외우게 하지 않는다. 외우지 않아도 되는 까닭은 명반에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열네 주성은 어떤 명반에서든 두 세계로 갈라져 산다. 여덟 별이 사는 여섯 칸과 여섯 별이 사는 여섯 칸은 섞이지 않고, 나의 기질·짝·돈·바깥의 모습·일·마음을 묻는 여섯 방은 언제나 같은 세계의 별로 채워진다. 이 질서는 별을 놓는 규칙에서 바로 나온다. 그 질서를 먼저 보면, 별 하나하나는 네 가족 ― 경영자, 개척자, 참모, 말과 빛 ― 안의 성격 차이로 차근차근 만나면 된다.
이 책은 명반을 열두 칸 집에 빗대어 끝까지 간다. 열두 칸 위에 방이 하나씩 놓이고, 방마다 주인 별이 산다. 비슷한 별들은 한 가족을 이루고, 어떤 창으로는 바람이 들며, 세월에 따라 불이 켜지는 방이 옮겨 간다. 비유를 개념마다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명반 한 장은 네 단계로 읽힌다.
방. 내 질문은 어느 방의 일인가.
가족. 그 방과 함께 보는 네 방에 어느 별 가족이 사는가.
바람. 어느 창으로 어떤 바람이 드는가.
불. 지금 불이 켜진 방은 어디인가.
같은 날 두 시간 차이로 태어난 두 사람, 해솔과 다온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간다. 회사를 옮길지 고민하는 해솔과, 새 팀과 손발을 맞추기 어려운 다온은 장마다 자기 명반에서 물음을 하나씩 보탠다. 같은 날 같은 바람이 두 사람의 집에서는 서로 다른 창으로 들고, 두 사람의 불은 서로 반대쪽으로 돈다. 독자는 두 사람의 명반을 따라 읽다가, 어느새 자기 명반을 펴 놓고 같은 일을 하게 된다.
이 책이 다른 입문서와 가장 다른 점은 해석을 판결이 아니라 가설로 적는다는 데 있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고 적고, 그 곁에 틀렸다고 볼 신호를 함께 적는다. 한 해가 지나면 노트를 펴서 신호가 울렸는지 본다. 맞음, 부분, 틀림. 틀림으로 닫은 줄은 지우지 않는다. 그런 줄이 쌓여야 내 명반의 어느 읽기가 나에게 맞지 않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읽는 장에서도 이 태도는 그대로다. 대한은 10년마다, 유년은 해마다 불이 켜지는 방을 준다. 몇 월 며칠에, 몇 살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말은 규칙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날짜나 나이를 박은 사건, 좋은 날 고르기, 수명, 확률과 점수, 병 이름에 답하지 않는다. 무서운 주제라서 피하는 것이 아니다. 명반의 규칙에서 그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거꾸로, 무거운 주제라도 명반의 사실과 옛 책의 말은 피하지 않는다. 옛 책이 여자의 명(命)을 두고 한 거친 구절도 감추지 않고 한 장에 모아, 오늘 그대로 읽지 않는 까닭을 근거와 함께 밝힌다.
옛 책을 다루는 방식도 분명하다. 『자미두수전서』와 조선의 『심곡비결』 등 옛 책이 실제로 무엇이라고 했는지,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전설인지, 어느 대목이 이 책의 해석인지를 문장마다 나눠서 밝힌다. 책마다 갈리는 규칙은 감추지 않고 표로 견준다. 출처는 280개가 넘는 주에 모았다.
책에 실린 명반은 모두 이 책의 계산기로 뽑았다. 이 계산기로 국내 명반 앱 한 종의 실제 명반 여덟 장을 다시 뽑아 보니 별, 방, 사화, 대한까지 같은 결과가 나왔고, 다른 사람이 따로 만든 계산 프로그램과도 무작위로 1만 8천 장을 대조했다. 독자는 책의 QR 코드로 같은 계산기를 열어, 책에 나오는 별과 방의 이름을 명반에서 바로 눌러 보며 읽는다.
마지막 5부는 실전이다. 명반을 펴기 전부터 다음 10년과 올해까지, 상담 한 번의 차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간다. 앞날을 읽기 전에 지난날부터 대 보는 법도 익힌다. 사건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미리 적어 둔 읽기가 그 시절의 삶에 닿는지 보는 일이다. 이어서 가상 인물 여섯이 들고 온 다섯 고민 ― 집, 동기와의 경쟁, 투자, 몸, 결혼 ― 을 한 장 양식으로 읽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한 해 뒤에 가설 노트를 닫고, 앱이나 AI, 사람이 건넨 풀이를 명반의 사실에 대 본다.
판을 펴는 일은 400년 사이 유생의 손에서 앱으로 넘어갔다. 이제는 판을 읽는 말까지 기계가 써 준다. 그러나 그 판에 무엇을 물을지는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