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늦가을, 조선 시대 기록을 연구하는 윤서진에게 영월에서 작은 목함 하나가 도착한다. 청령포 인근의 오래된 집에서 발견되었다는 목함 속에는 정축년, 곧 1457년의 날짜가 적힌 한지 조각이 들어 있다. 그해는 단종이 영월에서 생을 마친 해였다.
종이에는 단 한 문장이 남아 있었다.
그날 밤의 기록은 남기지 말라.
서진은 처음에는 이름 없는 필사본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워진 먹 자국 아래에서 ‘전하’라는 글자가 발견되고, 목함이 발견된 방의 벽에서는 기록보다 하루 늦은 날짜와 함께 기묘한 문장이 드러난다.
왕은 아직 죽지 않았다.
시간은 1457년 영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위를 잃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던 단종의 주변에서 존재해서는 안 될 문서 한 장이 발견된다. 그 문서를 우연히 보게 된 서화연과 단종을 지키던 박내관은 누군가가 반드시 없애려 하는 기록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리고 단종 역시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직감한다.
현재의 서진이 한 장씩 기록을 복원할수록, 과거에서는 누군가 그 기록을 감추기 위해 움직인다. 수백 년의 시간을 사이에 둔 두 이야기는 점점 같은 밤을 향해 가까워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종의 마지막 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리고 왜 누군가는 그날의 기록을 역사에서 완전히 지우려 했을까.
실제 역사적 배경 위에 허구의 인물과 비밀문서, 시간을 넘어 이어지는 단서를 더한 역사 미스터리 소설. 기록되지 않았기에 잊힌 것이 아니라, 누군가 기억하기 위해 숨겨두었던 마지막 이야기가 영월의 달빛 아래에서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