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사라진다. 계절은 돌아오지만, 지금의 계절이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며, 사람에게도 지나간 유년과 젊음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윤인자의 시에서 사진, 소리, 오래된 사물 등은 사라진 것이 한때 존재했던 자리를 기억하게 한다. 그러나 그의 시는 지나간 시간을 애도하는 데 머무는 대신, 내일을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해 오히려 오늘을 이전과 다르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쑥과 냉이를 캐어 저녁 국을 끓이고, 황토 묻은 검정 고무신 위에 내려앉은 배꽃을 바라보는 동안 오늘은 새로운 시간이 된다. 사라지는 시간은 상실의 감각을 남기지만,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이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그의 시에서 삶의 새로움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익숙한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윤인자에게 ‘새봄’은 사라진 시간을 되돌려주는 계절이 아니다. 되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아는 사람이 다시 주어진 오늘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 강나루(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