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슬픔에 이자를 붙여 주기로 했습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던지는 운명의 주사위
파산의 위기로부터 구출하는 ‘나’의 언어
세상의 모든 이방인을 끌어안는 이소호의 네번째 시집
2014년 『현대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일상성을 허무는 전위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제3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소호의 네번째 시집 『이름을 부르면 내가 죽어요』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643번으로 출간되었다. 직전의 시집 『홈 스위트 홈』(문학과지성사, 2023) 이후 3년 만이다. 보드게임인 모노폴리의 룰을 취한 흥미로운 구성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총 55편의 시가 묶였다.
이소호의 시는 국적, 인종, 문화, 종교, 섹슈얼리티, 이념, 지위 등 개인과 집단을 구분하는 다양한 정체성과 사회적 조건이 타자를 규정하여 위계를 만들고 차별과 배제, 폭력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시인은 타자의 언어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름이 불리는 순간 정체성이 규정되는 존재, 잃어버린 ‘나’의 언어를 회복하려는 실험을 거듭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폭력의 장소에서 목격자이자 방관자로서의 제3자의 자리를 과감히 삭제하는 독창성”(장은정)을 드러낸 데뷔 시집 『캣콜링』의 파격적인 목소리는 몰입을 극대화한 전시 공간의 문자화와 미적인 탐구를 거쳐(『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개인에게 체화된 집단의식의 저변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시적 자아의 미래를 모색해왔다(『홈 스위트 홈』). 『이름을 부르면 내가 죽어요』에서 이소호는 과감하고 다채로운 형식적 실험을 선보이며 사회의 폭력에 노출된 이방인으로서의 수많은 ‘나’를 탐색하고, ‘슬픔’이라는 연대적 감각을 매개로 서로 다른 존재의 고통을 연결한다. 그로부터 탄생하는 디아스포라적인 정체성은 세계를 명명하는 독창적인 언어를 획득한다.
언어는 우리 자신을 설명하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곧 그것을 사용하는 자이거나, 곧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늘 언어는 ‘나’라는 자아에 갇히지 않고 언제나 남이 됨으로써만 발화한다. ‘나’라는 출발점 없이 ‘남’이 됨으로써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언어의 본질이라면, 우리는 정착하지 않음으로써만 우리 자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또 그렇게 존재할 수 있다. 계속해서 이야기되고 번역되어 존재할 수 있고, 이야기되고 번역되는 것에 실패하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
-선우은실 해설, 「남이 되어가는 시-디아스포라 게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