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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포도
글쓴이
신용목 저
출판사
난다
출판일
2026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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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신용목

1974년 경남 거창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등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다. 2000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나의 끝 거창』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 산문집 『당신을 잊은 사람처럼』, 장편소설 『재』 등이 있다.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시작문학상, 노작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백석문학상등을 수상했다.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책 소개

분야에세이/산문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열번째 이야기!

시인 신용목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10월의, 10월에 의한, 10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우리의 몸은 때로 포도가 된다.
사과가 되는가 하면 슬픔의 전부가 되고
오로지 사랑 자체가 된다.
그 향기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처럼.

2026년의 열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10월의 책은 2000년 『작가세계』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산문집 『당신을 잊은 사람처럼』, 시론 『비로 만든 사람』 등을 쓴 시인 신용목의 신작 산문집 『포도』이다. “사람이 잃어버린 계절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는 시를 쓰며 “많은 존재가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가능성을 지켜내고자 성실하게 움직여온”(양경언) 그가 매일매일의 시와 산문으로 10월 한 달을 빼곡히 엮어냈다. 시인은 비가 이상한 빛을 머금고 포도밭으로 쏟아지는 모습을 보았다. 비스듬히 쓰러지는 하루를 대패로 밀어내듯 허공을 깎으며 포도밭을 뒤덮고 있었다. 어떤 밤은 재배되고, 몸이라는 경작지에 뿌려져 울창한 마음으로 자란다. 포도밭 앞에서 시인은 하루의 끝에 매달린 기억의 이파리들과 웃자란 마음, 끝내 솎아내지 못한 후회를 들여다본다. 몸속 붉은 장기에 고여 있는 어둠을 밤으로 꺼내놓기 위해 쏟아내던 고백을 떠올리고,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우르르 떨어지고 마는 포도알을 맴돌며 윙윙거리던 가을의 말을 생각해본다(작가의 말). 어느 순간 커다란 잎 모양의 덥수룩한 털을 가진 짐승처럼 보이기도 하는 포도밭. 쓸모가 다한 것 같은 몸을 건조한 바람에 위탁한 채 싸늘한 적막에 감겨 있는, 내내 악몽과 신음을 안고 어른이 된 육체처럼 느껴지는 포도밭. 짐승이 축축한 몸을 일으켜 낮 동안 자신의 품속에 숨겼던 얼굴을 들고 떨어지는 빗방울에 자신의 눈물을 씻고 있을 것만 같은 밤이 이 책 속에 있다(「앞바퀴와 뒷바퀴의 거리」).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게 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세계의 언어를 몸으로 살게 하는 사랑. 그런 예외 없는 사랑의 장소로서의 몸 또한, 그에게 세계를 쓰게끔 만든다. “이제 마음은 젖지 않고 가을은 가지 않고 계절의 수많은 일들을 두드린다. 가을은 빗소리를 탁본한 문자들로 가득하다.”(「사라진 나의 짐승」)

기억하는 십대의 마지막 가을날, 플라타너스 커다란 잎들이 먼저 온 저녁을 착륙시키는 것처럼 보도블록 위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하루이틀만 치우지 않아도 낙엽이 금세 바닥을 가득 메웠다. 나뭇잎이 떨어진 길을 걸었다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무너져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앞으로 삶에서 부서질 것들의 목록이 미리 발밑에서 바스러지고 있는 것 같았다(「내 가을의 시작」). 그렇게 같은 곳에서 다른 시간을 사는 것을 느낀다. 어린 시인은 마을 첫번째 집 ‘첫집할매’와 정류장에 앉아 있다. 할머니를 사이에 두고 끝없이 이어지는 양쪽이 있고, 그것을 향해 오는 것들과 가는 것들이 시간의 전후를 만들며 계속해서 태어나고 있다. 시인은 어떤 느낌 속에서 할머니가 잃어버린 것이 그의 몸 어두운 중심에서 자라난 침묵의 공간 어딘가에서 기묘하고 뜻밖의 조합을 이룬 정밀한 이미지들로 차곡차곡 쓰여지며, 그의 생을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신비롭고 낯선 이야기로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쓰러진 풍경들을 태운 자전거는 얼마간 시인을 지나쳐갔고, 그와 자전거 사이에는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풍경이 시간을 잘라놓은 단층처럼 비스듬한 사선을 그리며 예리하게 갈라져 있을 것이다(4일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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