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재)인천문화재단
2026년 예술창작생애지원 사업 선정작
무대가 없어도 연극은 시작된다
마법과 오컬트가 있는 연극
이승철 희곡 모음집
현실과 환상, 웃음과 씁쓸함 사이를 오가는 열한 편의 희곡
20여 년 연극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무대의 문법’을 한 권에 담다
연극은 무대가 있어야 시작되는 것일까.
작가이자 연출가, 배우, 조명감독으로 20여 년간 수십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려 온 이승철이 열한 편의 희곡을 한 권에 묶었다. 이승철 희곡 모음집 『마법과 오컬트가 있는 연극』은 극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독자의 상상 속에서 얼마든지 펼쳐질 수 있는 무대를 지향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하나의 장르나 분위기로 묶이지 않는다. 빈 병을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불판 위 산낙지를 보는 또 다른 관점〉에서부터 파킨슨병을 앓는 노인과 활동지원사, 그리고 하늘을 나는 물리학자가 등장하는 〈비장애 우주론과 절대 0도의 러브 코미디〉,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뒤흔드는 〈필라멘트〉, 보통 사람들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소극보다 더 한 촌극 : 인정 욕구의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소재와 형식이 다채롭다. 이 밖에도 〈비둘기가 문제라는 문제〉, 〈달팽이집〉, 〈그날 사자를 피해 동굴로 달아난 우리는〉, 〈반려 인간〉,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 〈미궁〉 등이 함께 실렸다. 특히 표제작 〈마법과 오컬트가 있는 연극〉은 악령의 숲을 헤매는 기사와 종자의 여정을 통해 마법과 오컬트라는 환상적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러나 환상과 현실, 연극과 삶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드는 이야기는 결국 “삶은 연극보다 극적이다”라는 역설에 닿는다. 무엇이 진짜 연극이고 무엇이 현실인가를 되묻는 이 작품은, 이 희곡집 전체를 관통하는 연극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압축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