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도시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 깃든 인간의 원초적 숨결이다.”
폭염과 홍수, 가뭄과 산불이 일상이 된 기후위기 시대, 도시는 새로운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고밀도 개발과 인공적인 환경의 확산으로 자연에서 멀어진 도시를 어떻게 회복하며, 시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터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 『가든 어바니즘』은 이러한 시대적 질문에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가든 어바니즘은 단순히 도시에 정원을 많이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원과 공원, 가로와 하천변, 건물 옥상 등 도시 곳곳의 녹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자연의 원리를 도시계획과 기반시설에 통합하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동시에 시민의 건강과 행복, 사회적 교류와 공동체의 회복을 추구하는 접근이다. 그 궁극적인 지향점은 녹색이 충만하고 아름다우며,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녹색이상도시(Green Utopia)’다.
이 책은 고대의 정원과 동서양의 이상도시에서 출발해 19세기 시민공원과 꽃·정원박람회, 20세기 초 영국과 미국의 전원도시, 환경·생태도시의 등장, 한국 신도시의 녹지 구조 변화, 그리고 21세기 정원도시 운동에 이르기까지 도시 녹지의 진화 과정을 폭넓게 살펴본다. 특히 하워드의 전원도시 구상에서 그린인프라와 저영향개발에 이르는 변화는 녹지가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는 요소를 넘어, 물순환을 회복하고 홍수를 저감하며 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시설로 발전해 왔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녹색도시의 완성은 자연환경의 회복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원을 직접 만들고 가꾸는 참여, 자연을 매개로 한 이웃과의 교류, 식물을 돌보며 얻는 즐거움과 정서적 치유 역시 도시의 중요한 가치다. 이 책은 물리적 녹지환경과 사회적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원 고유의 친밀성과 참여의 가치를 도시 전체로 확장하는 방향을 모색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정원도시를 지향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일회성 행사나 개별적인 녹화사업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도시 전체의 녹지체계와 그린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는 계획과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도시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특히 인구 감소와 지역 쇠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정원도시는 지역의 매력을 높이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정원과 도시의 관계를 역사적·생태적·사회적 관점에서 조명하며,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정원에서 도시 전체로, 경관에서 생태계로, 녹지 확충에서 시민의 건강과 행복으로 시야를 확장하며 정원도시운동이 지향해야 할 목표와 실천 과제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정원을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생태계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자연과 인간이 함께 행복한 녹색이상도시를 향한 가든 어바니즘의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