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랑을 속삭이는 소년과 소녀가 있습니다. 소년은 담장 위에 걸터앉아 셰익스피어를 읽어 주고, 소녀는 그 목소리에 숨을 죽입니다. 두 사람의 아버지는 철천지원수이고, 두 연인은 자신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연인들이 자리를 뜨자, 원수인 줄 알았던 두 아버지가 담장 위에서 서로를 얼싸안습니다.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스물여섯 살에 발표해 파리 코메디프랑세즈 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사랑 희극입니다. 꾸며진 원수, 돈으로 산 납치극, 등급별로 값이 매겨진 낭만까지, 유쾌한 반전 속에서 로스탕은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남이 꾸민 무대 위에서 시작된 사랑도 진짜 사랑일 수 있을까? 이 작은 이야기는 훗날 뉴욕에서 42년간 공연된 뮤지컬 〈판타스틱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 책은 18세기 프랑스의 결혼 풍습과 생활사, 작품에 숨은 고전 속 연인들의 이야기를 66개의 각주로 풀어 오늘의 독자가 막힘없이 읽을 수 있도록 옮겼습니다. 시대 배경 해설과 작품해설, 함께 생각해 볼 질문도 담았습니다. 사랑을 너무 계산하거나 너무 냉소하게 된 우리에게, 백삼십 년 전의 희극이 건네는 따뜻한 대답을 만나 보세요.
본문 중에서
실베트 아니에요, 그 소중한 추억은 사라져 버렸어요. 그 가면들, 횃불들, 감미로운 음악, 결투, 그 모든 걸 스트라포렐이 꾸몄다고 생각하면 너무 잔인해요.
페르시네 하지만 그 봄밤은 누가 마련했죠? 스트라포렐이었나요? 하늘에 별을 뿌린 것도 그 사람인가요? 장미를 심은 것도, 저녁의 잿빛과 밤의 푸른 안개를 빚어낸 것도 그 사람이에요? 그 커다란 분홍빛 별이 떠오른 것도 그 사람이 한 일인가요?
실베트 아니, 물론 아니죠……
페르시네 우리가 봄밤의 스무 살 두 아이였고, 서로 사랑했던 것도 그 사람이 한 일인가요? 우리는 사랑했어요. 그게 매력이었어요. 매력의 전부였다고요!
실베트 전부……? 그건 그래요, 그래도……
페르시네 눈물이? 그럼 나…… 용서받은 거예요?
실베트 나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했어요, 가엾은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