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모으고, 인생을 가꾸다”
인생 나무를 만난
수집가들의 성장 드라마
수집은 존재의 가치를 탐구하고 모으는 일이다. 수집가의 취향이나 목적에 따라 수집 대상이나 방식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장난감 자동차나 골동 단추 같은 ‘사물’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나무’를 수집한다면 어떨까. 수집가들은 거대하고 옮기기 어려운 나무를 어떻게 수집하고 있을까. 나무 수집의 매력은 무엇일까. 나아가 한 그루의 나무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원예 칼럼니스트 에이미 스튜어트는 나무 수집의 세계를 조명했다. 이 책은 나무 수집으로 삶의 변화를 직면한 수집가들이 들려주는 한 편의 성장 드라마다. 저자는 인생 나무를 만난 수집가들과 생생한 대화를 나누며, 나무를 모으고 가꾸는 삶의 가치를 역설한다. 저자 역시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수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나무 수집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호기심, 욕망, 미적 감각, 소유욕, 유산, 공동체 등 다양한 동기와 사연에 깃든 진심과 열정을 들여다보며 ‘나무와 함께 성장하는 삶’의 풍경을 수채화처럼 세밀하게 그려낸다.
책은 다양한 수집의 주된 동기를 바탕으로 10가지 유형의 수집가 50인을 소개한다. 치유자들은 나무를 심어서 자신의 삶을, 타인의 삶을, 혹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을 찾아냈다. 예술가들은 나무를 소재로 한 작업을 통해 또 다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탐구자들은 나무에 대한 열정을 전 세계로, 때로는 우주까지 확장했다. 물론 누군가와 나무의 관계를 단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를 통해 나무와 함께하는 삶이 주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나무 수집을 위해서는 기반이 필요하다. 나무를 확보하더라도 땅이 없으면 나무를 심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나무를 수집하기도 했다. 알파나 비즈는 나무 대신 잎을 수집했다.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수리하는 킨츠키에서 영감을 얻어 상처 난 잎을 집으로 가져와 씻고, 물에 담그고, 말리고, 다시 꿰매어 예술 작품으로 구현했다.
또한 단순한 취미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수집을 실천하기도 했다. 인도에 사는 샴 순더 팔리왈은 죽은 딸을 기리며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이후 마을에 태어난 여자아이들의 이름을 딴 나무를 심었다. 이 나무들을 통해 여성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인도 사회에서 소녀들이 잘 살아갈 수 있게 지원했다. 소녀들이 이 나무에 자란 과일을 직접 수확하며 경제적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게 돕고, 기금을 마련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불모지를 개척하거나 기존의 환경을 개선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도 했다. ‘푸른 눈의 한국인’으로 불리는 칼 페리스 밀러는 한국과 나무의 매력에 빠진 이방인으로 국내 최초민간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했다. 정식 식물학 교육을 받은 적 없지만 독학으로 식물학을 공부해 나무를 수집했으며, 해외 교류를 통해 한국 식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W.S 머윈은 30년 동안 수천그루의 야자수를 심어 사탕수수 농장으로 파괴됐던 하와이 생태계를 회복시켰다. 나무 목록이나 지도를 그리지 않았고, 그저 각 나무가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자리에 심어 울창한 숲을 만들었다. 머윈은 “한 사람이 숲을 만들 수 없다. 오직 숲만이 숲을 키우는 법을 안다”라고 말하며 평생 자연친화적 수집을 실천했다.
하지만 나무 수집은 절대 쉽지 않다. 성장의 고통처럼 수집에도 수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수집가들의 주변 친구들은 집착에 가까운 수집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우자들은 수집가들의 이야기에 이미 지친 상태이며, 고개를 갸웃하는 이웃들이 대부분이다. 나무를 심을 토지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지난한 과정을 거쳤으며, 시골의 가난한 가정들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금액을 받고 사랑하던 나무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수집은 남들에게 이해받기 어려운 무의미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집가들은 나무 곁에 머무는 삶을 통해 인생의 극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수집가들은 사업 실패, 딸의 죽음, 소유권 분쟁 등 삶의 고통과 무거운 현실 속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앞에서 묵묵히 자신의 뿌리를 견고히 내리며 자라는 나무처럼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간다. 이 책은 나무 수집의 미학과 아름다운 집착을 기록한 인터뷰인 동시에 나무와 함께하며 나무를 닮아가는 삶을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다. 이 책을 통해 어쩌면 인생 나무를 만나고, 자신만의 새로운 인생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심해라.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나무는 중독성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