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내 집’의 감각을 되찾기 위한 수행
공간의 기호와 재료로 확장되는 책
공간 디자이너 김기석의 집 에세이
수행의 장으로서의 집
『수행의 집』은 집이 자산과 휴식처로만 남은 시대에, 우리가 잃어가는 집의 감각을 찾아 나서는 에세이집이다. 열 살에 화재로 집을 잃은 김기석은, 임시 거처를 전전하던 유년기와 치솟는 임대료에 떠밀려 옮겨 다닌 시간을 지나며, 집을 소유하려는 갈망이 오히려 일상을 더 임시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역설과 마주한다.
“나는 잠시 이 숨 가쁜 현실의 호흡에서 벗어나 가장 근본적이고 긴급한 공간인 ‘내 집’을 통해 프랙티스를 재정의하며, 내 잃어버린 집에 대한 감각을 어떻게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탐구해 보고자 한다.” - 서문 중에서
이 책은 그 탐구를 공간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그러나 집에서의 삶을 직접 살아 낸 몸으로 따라간다. 등유를 날라 난방하던 북악산 자락의 낡은 집, 어린 시절의 노란 장판과 그것을 닦던 손길, 수도원의 낯선 방에서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던 장면들 속에서 집의 감각은 잠잠히 되살아난다. 바슐라르, 페렉, 다니자키, 한병철, 이종건의 문장과 함께, 책은 효율과 생산성 바깥에서 집을 ‘수행의 장’으로 다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공간 디자이너 김기석의 첫 책이다.
“잃어버린 집의 감각을 되찾는다는 내 바람은, 과거 화재로 사라진 물리적 집을 되찾거나 언제 실현될지 모를 미래의 오두막을 꿈꾸는 일과는 다르다. 또한, 내가 쌓아온 모든 물건을 버리고 빈 공간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것은 생산성과 효율성에서 벗어나, 집에서의 삶 속에서 시를 추구하는 데서 시작한다.” - 「시적 공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