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제999호
9월 중순, 파리 남동쪽 교외 지역인 크레테유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사 부족과 낡은 학교 시설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는 열흘 만에 프랑스 전역으로 번졌고, 대학생과 노동조합이 합류했습니다. 높은 생활비에 분노한 프랑스 시민이 10월17일 55만명, 10월24일 41만명씩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체 프랑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프랑스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시위의 선두에 서는 것도, 명품 가게를 깨부수는 이들의 등장도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길게는 68혁명 이후 시위할 때마다 있던 일이다. 이번 사태에서 진정 놀라운 대목은 국회의 각 세력과 행정부의 합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분명한 건 프랑스 모델이라는 게 붕괴했다면, 그것은 복지국가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 모델의 붕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주요 5개 노동조합 중 2개만 동의하면 고통스러운 사회개혁도 어찌어찌 통과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게 안 돼서 은퇴 연령조차 62세에서 64세로 늘리지 못한다.”
연금 개혁, 노동시장 개혁에서 오랜 교착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정치적 양극화만 격해진다는 점에서 한국도 프랑스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2026년의 프랑스 시위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제999호에서 2026년 프랑스 시위가 한국에 갖는 의미를 짚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