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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난세열전 02
글쓴이
조경래 저
출판사
케이알
출판일
2026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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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분야소설
사서는 그의 어머니를 적지 않았다.

형제 여섯의 어머니를 차례로 적어 내려가다 넷째 자리에서만 멈추고, 이름 대신 다섯 글자를 남겼다. 不得母氏姓. 어머니의 성을 얻지 못했다.

북제(北齊)의 난릉왕 고장공(高長恭)은 그 다섯 글자를 안고 자랐다. 아홉 살에 아버지가 집안 종의 칼에 죽었고, 이듬해 정월 집안사람의 이름을 적는 명부 앞에서 어머니의 성을 대지 못했다. 임금이 된 숙부들은 차례로 조카를 죽였다. 맏형은 술 서른일곱 잔을 마시고 수레에서 죽었다. 궁 안의 왕들은 셋째 형 하나만 빼고 아무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 셋째 형도 뒷날 정강이가 꺾여 죽었다.

스물넷에 그는 오백 기로 주(周)의 진영을 뚫고 금용성 밑에 이른다. 성 위에서 알아보지 못하자 투구를 벗어 얼굴을 보였다. 『북제서』가 적은 것은 거기까지다.

나무를 깎아 가면을 만들었다는 말은 이백 년 뒤 당나라의 춤 기록에서 나온다. 얼굴이 곱다는 말은 정사에도 있으나, 그 말에 가면을 이어 붙인 것은 춤 기록이다. 싸움이 신화를 만들었고, 그 신화의 무게는 사람이 졌다.

이름이 커지자 아홉 살 태자가 적진에 너무 깊이 들어갔다고 나무랐다. 뒷날 임금이 될 아이였다. 그가 답했다. 「집안일이라 간절해서 저도 모르게 그리되었습니다.」 사서에 남은 것이 이 여덟 자다. 가사친절(家事親切) 불각수연(不覺遂然). 그 대답이 화근이 되었다.

그 뒤로 그는 스스로를 더럽히기 시작한다. 재물을 받고 뇌물을 챙기고 벼슬을 잃었다. 서른셋에 짐독을 마셨고, 죽는 날 천금의 빚 문서를 모두 태웠다.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다. 「천안(天?)을 어찌 뵐 수 있겠소.」

본전이 천 자가 되지 않는 사람이다. 태어난 해도 적히지 않았다. 이 소설은 그 사람에게 직접 말하게 했다. 그가 볼 수 없던 자리는 형제의 기록, 임금의 기록, 곁에 선 장수들의 기록, 건너편 북주의 기록으로 채웠다.

『난세열전』은 남북조에서 수(隋)까지, 한국에서 책 한 권 나온 적 없는 사람을 한 권에 한 사람씩 담는 시리즈다. 그 둘째 권이 난릉왕이다.

『북제서』 권11 난릉왕전을 뼈대로 『북사』와 『자치통감』, 『주서』, 그리고 당나라의 악무 기록으로 살을 붙였다. 인용한 사료는 원문과 옮긴 것을 본문에 함께 실었고, 지어낸 것은 지어냈다고 부록에 밝혔다. 권말에 형세 지도와 연표, 장 제목의 출전, 이 책에 나오는 사람 마흔 명 남짓의 설명, 낱말 풀이를 넣었다.

※ 이 책을 쓰고 다듬는 데 인공지능(Claude)의 도움을 받았다. 사료의 한문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 연대와 사실이 서로 맞는지 확인하는 일, 맞춤법을 교정하는 일에 썼다. 사료의 내용을 이용해 이야기를 창작하는 건 저자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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