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4원소설과 3원리설에 맞선 ‘회의적 화학자’의 물음
로버트 보일(Robert Boyle, 1627~1691)은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관계를 밝힌 보일의 법칙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가 생전에 가장 공들인 주제는 물질의 근본 구성이었다. 17세기 중반 유럽에서 이를 설명하는 이론은 둘이었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가 물·흙·공기·불로 변화를 설명한 4원소설이 여전히 지배적이었고, 16세기에 파라켈수스(Paracelsus, 1493~1541)가 연금술의 이론을 집대성해 염·황·수은으로 물질의 변화를 설명한 3원리설이 이에 맞서고 있었다. 보일은 두 이론 모두 실험이 보여주는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보았다.
책은 어느 여름날 정자에 모인 네 사람이 혼성물의 구성 원소가 몇 가지인가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는 대화의 형식을 띠고 있다. 회의론자 카르네아데스가 보일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소요학파의 테미스티우스와 연금술사 필로포누스가 기존 이론을 대변한다. 보일은 서문에서 자신을 제삼자로 숨긴 이유를 화가가 그림 뒤에 자신을 숨기는 것에 빗대어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