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서신으로 읽는 육영수 여사의 영부인 외교
1961년부터 1974년까지의 서신과 관련 기록을 통해 외국의 정치인과 가족, 교육자, 종교인, 복지 활동가 등과 이어 온 행적을 담은 책이다. 미세스 박정츼(Mrs. Park Chung Hee)로 보낸 편지에는 해마다 생일을 기억해 준 사람에게 전하는 감사를 비롯하여 수술을 받은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과 영어 공부의 즐거움과 고충이 남아 있다. 선물로 받은 스푼을 어디에 간직할지, 오래전 함께 지나던 길이 곧 포장된다는 소식을 전하는가 하면 떠난 이와의 만남을 다시 기약한다. 독자는 육영수 여사의 문장을 따라가며 당시 영부인이 상대의 생활과 기억에 어떻게 응답했는지 읽게 된다.
책은 ‘안부’와 ‘선물’, ‘일상’, ‘아이들’ 및 ‘아쉬움과 우정’으로 구성되었다. 스푼과 화장품, 카드와 손수건, 영어 교재와 요리법처럼 구체적인 사물이 장마다 등장한다. 직접 씻고 다듬어 꿀에 담근 인삼을 보내는 과정이라든가 교재 속 ‘선생님’을 ‘부레넌 신부님’으로 바꾸어 읽는 장면은 편지 속 인물의 목소리를 가까이 듣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특히 4부에서는 버타 홀트의 고아원 부지 청원과 그에 대한 청와대의 회신을 함께 읽을 수 있다. 1970년 8월 31일 홀트는 450명이 넘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고아원의 사정을 설명하며 부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하자, 같은 해 9월 23일 정소영 경제수석비서관이 영부인의 지시로 국세청과 협의했으며 해당 토지를 우선 임대한 뒤 매각할 예정이라고 회신한 것이다. 어린이회관에 놓일 책과 지구본, 해외 가정에서 자라는 한국 아이들, 사모아에서 일하는 한국 청년들의 안부도 책에 담겼다. 각 서신이 보여 주는 ‘영부인 외교’는 공식 만남 이후에도 상대의 가족과 일을 기억하고 그 관계를 한국의 어린이와 문화,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