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만큼 배웠는데, 왜 남는 것은 그대로일까
무엇을 사는가, 어디서 사는가, 어떻게 먹는가. 소비자는 세 가지를 모두 바꿨다. 가구는 작아졌고, 장보기는 손바닥만 한 화면으로 옮겨 갔으며,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었다. 그사이 상세페이지 만드는 법을 배우고, 라이브커머스에 나서면서 SNS 계정을 열었다. 그런데도 손에 쥐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농업 마케팅 교과서』는 그 이유를 순서에서 찾는다. 대부분은 파는 도구부터 익힌다. 하지만 누구에게 팔지 정하지 않으면 상세페이지에 쓸 문장이 정해지지 않는다. 값의 근거가 없으면 판로를 바꿔도 남는 돈이 늘지 않는다. 이 책은 고객, 상품, 품질, 브랜드, 값, 판로, 온라인, 관계의 순서로 열두 장을 구성했다. 도구는 그 순서의 뒤쪽에 놓인다.
아홉 칸에서 시작해 90일 계획으로 끝난다
출발점은 나의 농장을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아홉 칸에 그려 보는 일이다. 칸을 채우다 보면 비어 있는 칸이 드러난다. 2장부터 12장까지 각 장은 그 칸을 하나씩 채운다. 마지막 장에서는 책에서 고른 세 가지를 90일 동안 실행하는 계획으로 마무리한다.
책 전체를 꿰는 기준은 가격결정권이다.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물량은 시장이 값을 정하고, 단골에게 보내는 상자는 내가 정한다. 이 책은 모든 물량을 직거래로 돌리라고 권하지 않는다. 전체 매출 가운데 내가 값을 정하는 몫이 얼마인지 알고, 규모와 일손에 맞게 그 몫을 조금씩 늘려 가도록 돕는다.
이 책이 다루는 농업은 수확한 농산물에서 끝나지 않는다. 잼과 즙 같은 가공품, 체험과 교육, 농촌 숙박과 공간 대여, 재배 기술과 회원제까지 농장이 시장에 내놓는 다섯 갈래의 제공물을 처음부터 함께 다룬다. 같은 밭에서 나와도 갈래마다 고객이 다르고, 값을 정하는 힘이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