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은 그날 하루를 넘기게 해 줄 뿐이지만, 끝까지 해낸 일은 오래 남습니다.
228년, 제갈량의 첫 북벌에서 조자룡은 적의 대군을 붙잡아 두는 자리를 맡았습니다. 병력은 처음부터 모자랐고 싸움은 졌으며, 그 책임으로 관직까지 깎였습니다. 변명할 거리는 충분했지만 그는 어떤 이유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흩어지는 군대를 수습해 맨 뒤에서 데리고 돌아왔고, 남은 비단을 상으로 주겠다는 제갈량에게는 군사에 이로움이 없었는데 어찌 상이 있겠느냐고 답했다고 전해집니다.
우리가 아는 조자룡은 대개 소설 『삼국지연의』가 만든 얼굴입니다. 백마를 타고 대군을 홀로 뚫는 무신, 오호대장군의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정사가 남긴 기록은 구출과 수습과 철수, 그리고 몇 번의 직언이 거의 전부입니다. 정사의 『조운전』은 몇백 자를 넘지 않습니다.
『변명을 찾는 자는 죽고, 기어코 해내는 자는 살아남는다』는 ‘삼국지략 시리즈’의 네 번째 권으로, 소설이 덧입힌 장면을 걷어내고 정사와 『조운별전』에 남은 장면에서 출발해 조자룡의 판단을 따라가는 인문 에세이입니다. 변명 대신 결과로 자신을 세우는 법, 집단이 하나의 감정으로 기울 때 홀로 이성을 지키는 법, 파벌 없이 제 힘으로 서는 법, 벼랑 끝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법, 말이 앞서는 이들 사이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법을 다섯 장에 담았습니다.
책은 별전에만 실린 기록은 전해진다는 말로 그 지위를 밝히고, 사실 위에서만 조자룡의 방식을 읽습니다. 장마다 회의실과 퇴근길 같은 오늘의 장면을 겹쳐 놓아, 읽는 이가 자기 하루를 돌아보게 합니다.
책장을 덮을 즈음이면 오늘 하루 자신을 설명하는 데 쓴 시간과 무언가를 끝내는 데 쓴 시간 중 어느 쪽이 길었는지 헤아려 보게 됩니다. 일이 틀어진 날 이유부터 꺼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천칠백 년 넘게 건너온 이백사십 자 남짓의 짧은 기록이 그 길을 조용히 가리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