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은 먼저 떠났다. 그 무덤 위에 마지막까지 서 있던 사람이 술잔을 들었다.”
회의에서 먼저 답을 내놓는 동료, 입사 몇 해 만에 팀을 맡은 후배, 화면 속에서 벌써 무언가를 이룬 또래들. 그들의 결과물은 매일 눈앞에 쏟아지는데 내 하루는 아무 표식도 남기지 않은 채 흘러갑니다. 그 격차 속에서 일생을 보낸 사람이 있습니다. 조조를 섬기고 제갈량에게 맞섰으나 그 어느 쪽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적이 없는 사마의입니다.
『멈추지 않는 인내는 반드시 타고난 재능을 뚫어낸다』는 ‘삼국지략 시리즈’의 세 번째 권으로, 179년에 태어나 251년에 죽은 사마의의 생애를 따라가며 제거되지 않는 법을 묻는 인문서입니다. 조조, 조비, 조예, 조방으로 이어지는 네 군주 아래에서 그는 한 번도 판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그것을 운이 아니라, 자신의 크기를 상대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내보인 결과로 읽습니다.
책은 다섯 부로 나뉩니다. 재능을 감추고 낮은 자리를 견디는 도회지계, 모욕을 정보로 바꾸는 견인불발, 시간이 누구 편인지 따지는 이일대로, 때가 왔을 때 움직이는 임기응변, 끝까지 남은 자가 기록까지 쥔다는 최후승자가 이어집니다. 칠 년의 병자 시절, 오장원의 백여 일, 고평릉의 하루, 십 년의 태부 시절이 장면으로 펼쳐지고, 장마다 퇴근길과 회의실의 오늘로 되돌아옵니다.
이 책은 사마의를 본받자고 권하지 않습니다. 요동에서 칠천여 명을 죽이고, 낙수의 맹세를 어기고 조상의 삼족을 멸한 기록도 줄이거나 꾸미지 않고 적습니다. 그의 인내와 잔혹함이 같은 성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보게 하고, 시간을 다루는 방식과 인정 욕구를 판단에서 떼어 내는 방식 같은 배울 만한 것과 두고 갈 것을 가르게 합니다.
같은 십 년이 어떤 사람에게는 잃어버린 십 년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쌓아 둔 십 년이 됩니다. 차이는 재능이 아니라 그 시간을 무엇으로 읽느냐에 있습니다. 지금 보내고 있는 시간을 장부의 어느 칸에 적을지, 책을 덮고 나면 오래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