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인 것도, 그를 무너뜨린 것도 꺾일 줄 모르는 그의 척추였습니다.”
200년, 관우는 조조가 내린 재물을 하나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몇 달 전 사로잡힌 그를 조조는 편장군으로 삼아 누구보다 두텁게 대했습니다. 관우는 백마에서 원소의 맹장 안량을 베어 빚을 갚았고, 받은 것을 모두 봉해 둔 채 옛 주군 유비에게 돌아갔습니다. 열아홉 해 뒤 그는 중원을 떨게 했지만, 같은 해 겨울 장향의 산길에서 붙잡혔습니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 오직 나의 뜻이 꺾일까 두려울 뿐이다』는 ‘삼국지략 시리즈’의 여덟 번째 권으로, 소설 『삼국지연의』가 입힌 신의 얼굴을 걷어 내고 진수의 정사와 배송지의 주석으로 인간 관우를 따라가는 책입니다. 도원결의와 오관참육장, 화용도, 청룡언월도가 정사에는 없다는 사실도 하나씩 짚어 갑니다.
책은 다섯 갈래로 관우를 읽습니다. 팔을 째고 뼈를 긁는 수술에서도 술잔을 놓지 않은 고통을 다루는 법, 안량을 벤 백마의 돌격과 방덕을 마주한 번성의 실력, 조조의 재물을 봉해 두고 떠난 유혹 앞의 원칙, 우금의 일곱 군을 사로잡은 판을 읽는 눈, 그리고 끝내 꺾이지 않은 뜻과 그 대가입니다. 꼭지마다 정사가 확인해 주는 사실을 먼저 놓고, 소설이 덧붙인 장면은 소설의 것이라고 밝힙니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관우를 높이기만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칭찬 편지 한 통에 크게 기뻐하고 동료의 승진에 화를 내며 동맹의 혼담을 모욕으로 돌려보낸 사람, 미방과 사인을 가볍게 여겨 뒤를 열어 준 사람이 정사 속의 관우입니다. 굽히지 않는 힘과 사람을 잃는 방식이 한 몸 안에서 함께 자랐다는 사실, 이 책은 그 지점을 끝까지 붙듭니다.
각 꼭지는 관우의 장면을 오늘의 일터로 옮겨 와 독자에게 작은 숙제를 건넵니다. 상처를 대하는 표정, 은혜를 갚고 선을 긋는 법, 거절의 문장, 성공의 순간에 살펴야 할 사람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지금 내가 쥐고 있는 원칙과, 그 원칙 때문에 멀어진 사람의 이름이 함께 떠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