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판에서 그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기에 살았다.”
208년, 조조의 기병 오천이 당양 장판에서 유비를 따라잡았습니다. 유비는 처자를 버리고 달아나며 장비에게 기병 스무 명으로 뒤를 막게 했습니다. 장비는 다리를 끊고 물을 등진 채 창을 비껴 들고 자기 이름을 외쳤습니다. 정사는 그 뒤의 일을 단 한 줄로 적었습니다. “적은 아무도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
『망설임으로 잃어버린 시간은 어떻게도 되살릴 수 없다』는 『삼국지략』 시리즈 아홉 번째 권으로, 소설 『삼국지연의』가 덧입힌 고리눈과 장팔사모, 술버릇을 걷어 내고 진수의 정사와 배송지의 주석으로 인간 장비를 따라가는 책입니다. 독우를 매질한 사람은 사실 유비였고, 장비는 오십여 일을 버틴 끝에 좁은 산길을 고를 줄 아는 장수였으며, 항복하지 않는 적장 엄안을 빈객으로 삼은 사람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한 사람 안에 있는 두 얼굴입니다. 장비는 퇴로를 끊고 먼저 움직여 판을 바꾸었지만, 자기 안에서 끓는 것은 끝내 다스리지 못했습니다. 날마다 병사를 매질하지 말라는 형 유비의 거듭된 경고를 듣지 않았고, 출발을 앞둔 낭중에서 자기 장막 아래의 장수 두 사람에게 살해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두 얼굴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맞는 거울로 읽습니다.
이 책은 계획표만 고치다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람에게는 장판의 다리 위에 선 장비를, 이미 힘을 쥐고 달리는 사람에게는 낭중의 장막 안에서 쓰러진 장비를 보여 줍니다. 완벽한 계획이라는 달콤한 환상, 남의 잣대, 퇴로가 끊긴 자리에서 내는 기세, 조건이 갖춰지기를 기다리는 습관, 내 안에서 끓는 분노까지 다섯 개의 장에 걸쳐 일터의 장면과 나란히 놓고 풉니다. 각 꼭지는 오늘 바로 해 볼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끝납니다.
당신은 지금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조건이 갖춰지기를 기다리는 중일 수도 있고, 앞으로 내달리느라 곁에 선 사람의 표정을 살피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천팔백 년 전 한 사내의 속도와 맹점이 당신의 하루에서 무언가를 비추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