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부가 나를 알아주는 주군을 만나 화와 복을 함께하니, 누가 나를 옮길 수 있겠는가.”
208년 가을, 조조가 보낸 편지 한 통이 강동에 닿았습니다. 수군 80만을 정비했으니 오 땅에서 사냥을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숫자도 명분도 지형도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신하들 대부분은 맞아들이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회의장에서 다른 말을 꺼낸 사람이 주유였습니다.
『대장부가 세상을 살아감에 어찌 패배를 입에 담겠는가』는 ‘삼국지략 시리즈’의 일곱 번째 권으로, 정사 『삼국지』 「주유전」과 「노숙전」, 배송지 주석의 『강표전』을 따라 주유의 생애를 읽는 책입니다. 우리가 아는 주유는 대개 『삼국지연의』가 만든 얼굴입니다. 제갈량을 시기하다 피를 토한 2인자의 모습이지요. 저자는 소설이 덧입힌 장면을 걷어내고, 정사가 남긴 주유를 다시 세웁니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적벽의 불길보다 그 전의 계산입니다. 주유는 조조가 말한 80만을 그대로 믿지 않고 출신별, 상태별로 다시 셌습니다. 지친 중원 군사와 의심을 품은 형주 군사로 쪼개 놓자 거대한 덩어리는 다룰 수 있는 조각이 되었습니다. 후방의 불안, 물 위의 싸움, 한겨울 말먹이, 풍토병까지 상대가 처한 조건 네 가지를 짚은 대목은 이 책의 중심 장면입니다.
책은 프롤로그와 다섯 개의 장,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고, 각 꼭지는 주유의 한 장면에서 출발해 오늘의 일터로 건너옵니다. 숫자에 짓눌린 회의실, 조건 좋은 장기 계약, 먼저 승진한 동료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묻습니다. 극적인 장면은 따라 할 수 없어도 계산과 준비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믿음입니다.
이 책은 용기를 북돋우는 책이기보다 계산하는 법에 관한 책에 가깝습니다. 패배를 입에 담지 않는다는 다짐은 허세가 아니라 계산을 마친 사람의 말이었습니다. 오늘 당신 앞에 80만이라고 적힌 편지가 놓여 있다면, 그 편지를 덮기 전에 상대가 겪고 있는 불리함을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한 줄이라도 적히는 순간, 당신은 숫자에 질린 사람이 아니라 숫자를 읽는 사람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