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이 허가됐다는 소식이 들려도 환자가 그 약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을 수 있다. 허가와 보험급여, 처방과 실제 치료는 서로 다른 문턱이다. 어느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기존 치료와 비교하면 어떤 가치가 있는지, 건강보험 재정은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설명할 자료가 필요하다. 그 복잡한 길을 임상과 제도, 숫자의 언어로 연결하는 사람이 의약품 시장접근(Market Access) 전문가다.
이 책은 MA를 단순한 약가 협상이나 영업 지원으로 좁히지 않는다. 의약품 허가를 다루는 RA, 의학적 근거를 관리하는 Medical, 경제성평가를 분석하는 HEOR, 시장 관련 조직 사이에서 어떤 자료와 책임이 이동하는지 먼저 정리한다. 한국의 급여 평가와 협상, 고시로 이어지는 절차를 따라가면서 허가사항의 환자 집단과 보험급여 인정 기준이 왜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닌지 짚는다. 규정이 바뀌거나 자료가 보완될 때 실무자가 무엇을 대조해야 하는지도 살펴본다.
상대 비교약제와 환자군을 정의하고, 생존·증상·삶의 질 자료의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은 숫자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QALY와 ICER 같은 경제성평가 지표, 민감도분석, 대상 환자 수와 연도별 사용량을 바탕으로 한 보험재정 영향 분석이 차례로 등장한다. 환자 수의 분모를 잘못 잡으면 겉으로 정교해 보이는 계산도 잘못될 수 있다. 가치자료의 버전 관리, 평가기관의 보완질의에 대응하는 기록, 위험분담과 가격 전략의 불확실성도 실제 직무의 중요한 부분이다.
출시 이전의 전략 준비와 등재 이후의 지속 관리, 주니어부터 전략 책임자까지의 경력 경로를 함께 다룬다. 제약·바이오 업계를 처음 알아보는 학생은 시장접근이라는 직무가 무엇을 만드는지 파악할 수 있고, 임상·보건경제·정책 업무에서 MA로 관심을 넓히는 독자는 협업과 자료 검토의 요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좋은 약의 가치가 환자에게 닿기까지 필요한 의사결정의 지도를 펼쳐 보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