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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제본소] 마흔, 엄마를 다시 만나는 중입니다
글쓴이
글꽃J(정수연) 저
출판사
드러커마인드
출판일
2026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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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글꽃J(정수연)

IT 업계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놀라는 대문자 F입니다.
일할 때는 누구나 인정하는 대문자 T입니다.
「좋은생각」에 다섯 차례, 「샘터」에 한 차례 글이 실렸고 전자책 『마흔, 다시 설레다』를 냈습니다. 독서모임 ‘오도독’을 운영하며, 오늘도 읽고 씁니다.

책 소개

분야에세이
“엄마.” 하고 부르면 언제나 “응.” 하고 대답이 돌아왔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엄마라는 사람.

“배고프겠다. 어서 가서 밥 먹어.” 폐암 수술실로 들어가던 순간, 엄마가 딸에게 건넨 말이었다. 자신도 두려우면서 끝까지 걱정한 것은 딸의 끼니였다. 아파도 괜찮다고 하고, 힘들어도 별일 아니라고 하는 사람. 우리는 그런 사랑을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겼다. 어린 시절 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새벽같이 청소 일을 나가고, 늦은 밤까지 밥상을 차리며 가족을 돌보던 사람. 집안 형편이 기울어도 자식들에게는 무엇이든 내어주었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도 한때는 사랑받던 딸이었고, 꿈을 가진 여자였다는 것을.

그런 엄마가 폐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 재발과 전이, 길어야 6개월이라는 말까지. 병원에 가는 날이 늘어나고 약 봉지가 쌓이는 동안 딸은 엄마의 보호자가 되었고, 한때 딸을 먹이고 입히던 엄마의 손은 어느새 딸의 손안에 쏙 들어올 만큼 작아졌다.

이제는 딸이 엄마의 손을 잡고 병원 복도를 걷는다. 약을 챙기고,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 애쓰고, 하루에 사진 한 장을 받아 엄마의 일기를 대신 쓴다. 때로는 걱정이 잔소리가 되고 두려움이 짜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엄마와 함께하는 날들에는 아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엄마를 위해 먼 길을 달려 올갱이국을 사 오고, 온 가족이 고스톱을 치며 웃고, 삼대가 나란히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다. 엄마가 삼계탕을 사실은 좋아하지 않았다는 고백도, 메밀전 한 장이 비행기처럼 엄마 입으로 착륙하던 날도 그 시간 안에 있다.

엄마를 돌보는 시간 속에서 딸은 엄마를 다시 보기 시작한다. 아이의 머리를 땋아 주다가 자신의 머리를 땋아 주던 엄마를 떠올리고, 새벽 4시, 아이들이 깰까 봐 살금살금 현관문을 나서던 엄마를 기억한다. 예전에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하나씩 알아가는 일은,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시작되었다.

엄마는 물건을 못 버리는 게 아니라, 가난했던 시간을 못 버리는 건 아닐까. 오래된 수건을 버리지 못하고, 아픈 몸으로도 자식의 끼니를 걱정하는 엄마. 평생 익숙하게 보아 온 모습들에 이제야 다른 의미가 생긴다. 엄마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한 사람의 삶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딸은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함께 여행을 떠나고, 평범한 하루를 사진과 글로 남긴다. 언젠가 그리워질 지금의 모습들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예전에는 엄마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이 힘들었는지 자세히 묻지 않았다. 언제나 곁에 있을 줄 알았기에 물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의 사소한 말 한마디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

“엄마.” 하고 부르면 “응.” 하고 대답해 주는 사람. 그 당연한 일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우리는 때로 너무 늦게 깨닫는다. 엄마가 엄마이기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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