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관계 속에서 두 사람은 퍼즐 조각처럼 꼭 들어맞지 않는다. 오히려 깨진 유리 조각에 가깝다. 서로의 모난 부분을 조금씩 갈아내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생긴 흠집이 보이지 않도록 감춰가며 서로에게 맞춰간다. 서로의 조각이 들어맞는 순간, 마치 운명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갈려 나간 파편들 사이사이에 함께 걷던 길, 자주 먹던 음식, 사소한 습관, 어느 계절의 냄새가 흔적이 되어 남는다. 대수롭지 않게 구석으로 쓸어버린 것들. 버리지 못한 파편들이 자꾸만 쓸려 나와 발바닥을 찌를 때가 있다.
깨진 유리 조각이 같은 풍경을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비추는 것처럼, 지나간 일은 달라지지 않는데 기억으로 남은 장면을 바라보는 마음은 계속 달라진다. 한때 사랑이라 믿었던 것이 어느 날에는 미움으로 보이고, 오래 미워했다고 생각한 마음 한가운데에서 뒤늦게 그리움이 발견되기도 한다. 사랑은 때로 고마움이 되고, 책임이 되고, 미안함이 되어 떠나야 할 순간에도 사람을 붙잡는다.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도, 마음도 조금씩 모습을 바꾼다. 그러나 작별은 때때로 영원보다 오래 남는다.
다시 만나 묻지도, 미안하다고 말하지도, 한 번쯤 다른 방식으로 사랑해보지도 못할 때. 다시는 닿을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오래 묻어두었던 마음이 비로소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미움이라고 믿었던 것 아래에서 기다림이 발견되고, 다 닳아버렸다고 생각했던 사랑 속에서 오래전의 다정함이 되살아난다. 끝까지 붙잡고 싶었던 마음과 이제는 놓아주고 싶은 마음 역시 같은 자리에서 뒤섞인다.
해마다 계절이 오고 가지만, 같은 계절은 돌아오지 않는다. 계절은 계속 앞으로 간다. 우리도 결국 그 계절을 따라 걸어간다.
이 책은 그렇게 한 걸음 뒤에 남아 있던 마음과, 한 걸음 뒤에 남게 된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다.
- 공동저자 中 김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