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황보윤식은 자신을 학자가 아니라 '농사(農士)'라 부른다. 박정희 유신독재기에 긴급조치 위반으로, 전두환 정권기에는 광주학살의 실상을 알리는 전단을 뿌린 일로 두 차례 국가폭력을 만났고, 34일간의 고문과 3년 4개월의 수감을 지났다. 출소 후에는 일자리를 얻을 때마다 기관의 압력으로 밀려나 학원 강사로 생계를 이었으며, 저자 자신이 "사상의 공백기요, 학문의 공백기"라 부르는 15년이 그 사이에 놓여 있다. 쉰이 넘어 다시 대학원에 들어갔고, 함석헌학회 창립에 참여했으며, 지금은 소백산 자락에서 농사를 지으며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으로 글을 쓴다. 책의 제목은 함석헌이 1959년 《사상계》에 남긴 한 문장에서 왔고, 그것은 평생을 비폭력 평화주의로 살겠다는 결심의 말이었다. 2017년에 낸 1권에 이어, 이 책은 그 걸음이 지금 어디에 이르렀는지를 네 부에 나누어 기록한다. 제1부 죽음 인문학은 《열자》의 임류 이야기를 실마리 삼아 죽음을 '생명의 본집으로 돌아감'으로 풀어내고, 제2부 훈장 인문학은 저자가 받은 '민주화운동관련자'와 '5·18민주유공자'라는 이름의 내력을 사료와 함께 서술한다. 제3부 미래 인문학은 인류세 담론에서 한반도 통일 방안, 한국 농촌의 계급 분화에 이르는 아홉 주제를 다루고, 제4부 권력 인문학은 고문의 계보를 고려·조선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 독재권력까지 추적한 뒤 저자 자신이 겪은 고문의 기록으로 끝맺는다. 저자가 이 책을 낸 이유는 서문에 분명하다.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는 어떤 권력도, 어떤 교조주의도 반대한다는 것, 그가 '민본주의적 아나키즘'이라 부르는 자리다. 544쪽에 걸쳐 이어지는 경어체의 문장은 끝내 한 사람의 생애가 어떻게 하나의 사상이 되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