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전사들의 나라 히타이트를 만나다
부조와 유물에 새겨진 복식으로 탐구하는 고대 아나톨리아의 종교·군사 문화
옷은 단순히 몸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다. 옷과 장신구, 즉 복식은 신분을 나타내고, 공동체에 속한다는 소속감을 확인시켜 주며, 나아가 권력과 권위, 종교적 의미를 상징하는 장치이다. 따라서 한 사회의 복식을 들여다보면 그 사회가 어떤 가치를 중시했는지, 어떤 제도와 질서 속에서 살아갔는지를 엿볼 수 있다. 『신과 전사들의 나라: 복식으로 읽는 히타이트 문화』는 이러한 관점에서 고대 아나톨리아의 강대국 히타이트 제국의 문화를 새롭게 조명한다.
히타이트는 흔히 ‘잊힌 제국’이라고 불린다. 이집트나 그리스, 로마에 비해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고, 오랫동안 역사 속에서 사라진 문명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타이트는 고대 근동 세계의 정치와 외교, 군사와 종교, 법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명이다. 특히 아나톨리아를 중심으로 동서 문명의 다양한 요소를 수용하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그들의 문화는 오늘날 세계문화사의 관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저자는 튀르키예의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 히타이트의 수도 하투사와 암벽 신전 야질리카야, 보아즈쾨이 박물관 등을 직접 답사하며 다양한 유물과 유적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히타이트 제국의 세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히타이트를 복식문화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다룬 연구가 많지 않았다. 이 책은 단순히 히타이트의 옷차림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복식을 통해 그들의 정치와 종교, 군사문화, 그리고 삶의 방식을 함께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이에 이 책은 고대 복식과 아나톨리아의 역사적 배경을 시작으로, 히타이트의 종교 의례와 군사문화, 남녀 복식의 특징을 차례로 다루고 있다. 특히 야질리카야 부조와 이난딕 화병에 묘사된 인물들의 모습, 출토된 갑옷과 무기 등을 함께 분석해 고대인들의 의복과 장신구를 통해 신성함과 권위, 전사의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탐구한다. 부조와 조각, 인장, 토기, 점토판, 출토 유물 등 다양한 자료를 함께 살펴보며, 돌에 새겨진 옷의 형태 하나에도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사회구조가 담겨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오래전에 사라진 히타이트 제국은 돌과 금속, 점토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오늘날에도 말을 건넨다. 이 책이 복식이라는 새로운 시선으로 그 흔적을 읽어내며, 히타이트를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는 고대 문명의 세계를 이해하는 시작이 되기를, 또한 복식사와 고대 문화사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