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병지남: 북방의 기병을 막을 조선의 비책 소개
“외부로부터의 강한 영향과 침략이 있을 때마다 한반도의 우리 조상은 그것을 넘어서며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규장각 새로 읽는 우리 고전’ 시리즈는 세계화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이러한 선조의 지혜를 배우는 계기로 삼고자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기획하여 발간하는 우리고전 역해서들이다. 이번에 열두 번째로 소개되는 책은 임진왜란을 겪으며 탄생한 최초의 군사훈련병서 『연병지남』이다. 한교가 지은 이 고전을 국방대학원 노영구 교수가 새롭게 역해했다.
『연병지남』은 1612년(광해군 4)에 한교(韓嶠)가 지은 군사훈련용 병서이다. 책이 출간된 광해군 초반은 누르하치가 여진 부족 대부분을 통합하면서 조선에 대한 위협을 키우던 때였다. 여진족은 기병을 중심으로 전투를 펼치기 때문에 여기에 대처하려면 새로운 전술이 필요했다. 한교는 전차(戰車)와 기병(騎兵)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전법을 적극 주장하고 이 전법을 훈련시키기 위해 이 책을 편찬하였다.
『연병지남』에서는 거(車)·기(騎)·보(步) 각 병종별 대(隊)의 편성과 전투 시의 구체적인 전투행동, 전차를 중심으로 세 병종이 배치되어 전투를 하는 요령, 소규모 부대 훈련과 대규모 합동훈련을 하는 절차, 전차 제작방법과 운용전술 등이 구체적으로 조리 있게 서술되어 있다.
『연병지남』에 주목할 이유는 이 책이 비록 외부의 원전을 참고하였으나 당시 우리의 필요와 여건에 맞게 그것을 창조적으로 변용하였다는 점이다. 『연병지남』은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에서 도입된 『연병실기』의 전차 중심 전술을 검토하여 이를 조선의 상황에 적합하도록 종합 정리한 최초의 교범이다. 이 책에 담긴 병법을 통해 조선은 임진왜란 당시 보병 일색의 전술에 치중하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연병지남』은 18세기 후반 정조대에 『병학통』이 완성될 때까지 기병 전술 개발에 큰 도움을 주었다. 보병과 기병을 동시에 활용하는 전술이 소개되어 있는 이 병서는 조선후기 기병, 보병, 거병 등을 통합하는 전술의 선구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병지남』은 또한 북방 여진의 위협을 받고 있던 조선이 어떠한 전술적 모색을 하였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17세기 조선의 군사적 대응양상의 실체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군사사 연구자료로서도 의미가 크다.